토기제품이 주종을 이루던 우리 조상들의 밥솥은 삼국시대 후기에 들어서 무쇠를 재료로 삼았다. 무쇠 솥은 둘레가 둥글고 내벽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면서 오므라든 것이 있고, 솥 입구가 넓고 약간 퍼지면서 내벽이 수직을 이룬 것이 있다.
무쇠로 만든 가마솥은 크기에 따라 큰솥, 중솥, 작은 솥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중솥이 밥 짓는 데 쓰였다. 군침 도는 밥을 지으려면 화력 조절을 잘해야 한다. 밥물이 팔팔 끓을 때까지 화력을 최대로 끌어올린 뒤, 시간이 조금 흘러 물이 뽀글뽀글 졸아들면 은근한 장작숯불로 뜸을 들인다. 가마솥 밥은 정성을 기울여야 하고 손이 많이 간다. 입맛을 잃은 사람을 위해서 굴밥, 송이밥, 밤밥 등 별미를 준비할라치면 지극 정성을 쏟아야 한다.
1910년대 들어서 알루미늄 밥솥이 등장했고 1920년대에는 전기밥솥이 고안돼 가정주부들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여전히 초보적인 기술단계라 주부의 일품을 덜어주는 데 획기적인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 1955년 스위치로 켜고 끄는 명실상부한 전기밥솥이 출시되고서야 이름 값을 했다고 할 수 있다.
1972년 전자 감지장치가 장착된 밥솥이 나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로 보온용 히터 및 온도조절기, 뜸들이용 전용 타이머, 예약시간을 입력하면 척척 해독해 작동하는 마이크로 컴퓨터 등 기능이 나날이 발전했다.
이젠 높은 압력을 이용한 압력밥솥이 가정 필수품이 됐다. 보통 밥솥에서는 쌀의 주성분인 전분이 밋밋한 맛의 베타글루코스 덩어리로 남는다. 그런데 이 전분이 압력밥솥 안에서는 단맛을 내는 알파글루코스로 변한다. 압력밥솥의 최대 매력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자동차가 편리해도 공해의 주범임을 무시할 수 없고 컴퓨터가 유용해도 바이러스와 전자파의 유해성을 외면할 수 없듯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압력밥솥의 ‘폭발성’을 그대로 덮어둘 수 없다.
실제 10여년 전 중국 베이징의 한 가정집에서 압력밥솥이 폭발했고 파편에 머리를 맞은 새색시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한국에서도 얼마 전 한국인 남편을 둔 20대 초반의 베트남 임신부가 압력밥솥 폭발사고의 충격으로 태아를 잃었다. 한인사회에서도 압력밥솥의 파괴력은 이미 실증됐다.
과열방지, 자동증기배출, 이상압력장치 점검, 증기 배출구를 막는 음식 조리금지 등 주의사항이 수두룩하다. 편해지자고 구입한 밥솥에 괜한 신경이 쓰인다. 제품의 결함을 찾아내 철저히 보완하고 피해자들에게 응당한 보상을 하는 것은 업계의 몫이다. 문명의 이기가 달콤함만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상기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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