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밥 먹고사는 데 한인단체가 도대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냐며 한인사회와 발길을 끊고 사는 한인들이 있다.
이들은 미국에 뿌리를 옮긴 이상 미국 시민으로서 아메리칸 드림을 빨리 성취하기 위해 주류사회에 동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 역시 맞는 말이다. 주류사회에서 사업하다가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사건에 연루된 후 어쩔 수 없이 관련 한인단체에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스노호미시 카운티 당국으로부터 멍쩡한 모텔을 강제수용 당할 뻔했던 에버렛의 김종길씨가 본보 및 시애틀 한인회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 것이 좋은 예이다.
한인사회에 전혀 얼굴을 내비치지 않고 살아온 김씨는 올해 처음 발간된 시애틀 한인회보에‘한인사회의 협조에 감사하며’라는 글을 기고하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격언이 진리임을 실감했다고 토로했다.
한인사회의 구심단체인 한인회가 전국적으로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은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한인회장 선거가 법정싸움으로 이어지기 일쑤고 구태의연한 권위주의적 운영 때문에 참신한 인사들이 참여하기를 꺼려했다.
시애틀과 타코마의 경우 젊은 변호사들이 한인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주류사회와의 연계 등 한인회 위상이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한인들이 한인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4일 저녁 시애틀 한인회가 개최한‘아리랑의 밤’송년잔치는 한인회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 성공사례였다.
디노 로시 주지사 당선자가 첫 공식행사로 참석했다는 점은 차치하고도 파킹장 안내판, 무대 장치, 호텔 파티를 연상케하는 테이블 보 등 세련된 준비가 그랬고 특히, 노인들과 젊은층이 한데 어울려 즐거워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을 흐뭇하게 했다.
이날 주최측의 강압적인 초청으로 할 수 없이 나왔다든 모 인사는“평소 한인회가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여겼었는데 오늘 와보니 그래도 한인회는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실토했다.
/김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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