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삼순’ 신드롬 왜?
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
덩치 좋은 노처녀 ‘김삼순’ 때문에 2005년 6월과 7월 여성들은 행복했다.
MBC 수목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연출 김윤철)이 갖가지 ‘신드롬’의 흔적을 남긴 채 21일 16부로 시청자와 이별한다.
40% 중반대까지 치솟은 2005년 최고의 시청률, 책 ‘모모’, 인형 등 드라마에 등장한 소품의 동반 인기, 김삼순의 직업인 ‘파티쉐(제과기술자)’에 대한 관심 급증 등 방송 기간 이 드라마가 사회 전반에 몰고온 열풍은 ‘대장금’(2003~2004년), ‘파리의 연인’(2004년) 등과 같은 대박 드라마의 선례를 이을 만큼 거셌다.
원초적인 대사도 서슴없이
솔직·친근함 ‘시청자 눈높이’
그러나 이 드라마의 파장은 기존 작품과는 달리 좀 특별했다. 어찌보면 가장 뻔한 공식에 충실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드라마였음에도 시청자들은 매회, 매장면, 매순간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열광했다. 그 비결은 여성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 촌철살인의 대사와 맞춤 캐스팅인 김선아의 활약에서 일단 찾을 수 있다.
미모와 날씬함을 겸비하지 못한 김삼순,(혹은 김선아)은 드라마 여주인공 사상 가장 솔직하게 진심을 드러내며 시청자와 눈높이를 맞춘 여성이었다.
이미 지겹도록 회자된 ‘오래 굶었다’와 같은 대사처럼 원초적인 욕망마저도 서슴없이 입에 올린 그녀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을 다른 세상 사람처럼 바라봐온 시청자들의 시선을 바짝 당기며 공감과 카타르시스의 쾌감을 선사했다.
대사마다 깃든 재치와 파격적인 잔재미 등을 따지면 이 드라마를 능가하는 작품은 당분간 나오기 힘들 것 같다. 친근함과 솔직함의 호소력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준 드라마였다.
마지막회에 나올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라는 말은 이 드라마가 결국 말하고 싶었던 한 마디일지도 모르겠다. 일각에서는 ‘파티쉐’라는 직업이 사랑 타령의 소품에 그쳤다며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실연을 당해도, 남자의 갈등에 괴롭고 힘들어도, 자기 감정에 충실하며 씩씩하게 사랑을 찾아나가는 것이 인생의 행복론 가운데 하나임을 얘기하며 많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감성적인 에너지와 용기를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사랑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방식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다. 동명의 원작소설에 비해 려원의 비중을 높이며 삼각사랑의 흥미진진함과 갈등 구조를 잘 활용해 흥행성을 높였지만, 갈등하는 현빈의 심리 묘사에는 성긴 구석이 없지 않아 전체적?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빚었다. 삼각관계의 긴 여정은 이 드라마의 약이자 독이었다.
최종회까지 감상하면 한없는 관용을 베푸는 ‘삼순이식 사랑‘에 시청자마다 엇갈린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삼순이라는 이름처럼 ‘내 이름은 김삼순’은 만만하고 정감있게 자꾸 말을 건네고 싶은 친구 같은 드라마로 대다수 시청자의 기억에 새겨질 것으로 보인다.
/조재원기자 mii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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