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봉사를 둘러싸고 말이 많다. 반대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실제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홈 디포의 직원들이 애틀랜타의 한 학교의 화단에서 식물을 심고 있다.
착한 일을 하는 문제에는 시비 걸 사람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려 하고 있는데 여기에 심드렁한 사람들이 있다. 양측에 나름대로 논리가 있고 일리가 있다. 경제전문 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근호가 이를 둘러싼 공방을 전했다. 돈 많은 기업이나 기업주가 헌금을 하는 것은 체크를 써서 어려운 이웃이나 단체들에게 내주는 게 판에 박은 모습이다. 그러나 이제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돈을 주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어려운 이웃이나 도움이 필요한 지역사회에 발벗고 동참해 함께 땀을 흘리면서 진정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홈 디포, 놀이터 조성·집 개수 등 지난해 총 200만 시간
SAP아메리카, 직원 3천명 지역학교 돌며 청소·과외지도
앨버슨, 무숙자들에 고기·야채 공급 전국규모 프로그램
“기업 이미지 제고하고 유능한 일꾼 채용하는 데 도움” 찬성
“연구개발비 옥죄고 주주권익 보호에 소홀해진다” 반대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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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포(Home Depot) 직원들은 지난해 총 200만시간을 쏟아 커뮤니티 서비스에 혼신을 기울였다. 놀이터를 만들고 집을 개수해 주며 천연재해로 파괴된 구조물들을 보수했다. IBM은 IT 전문기업답게 특기를 살려 지역사회를 도왔다. 학교, 연구실, 커뮤니티 단체들이 사용하는 컴퓨터에 번역 서버를 장착해 사용자의 편익을 도모했다. 특히 히스패닉 학생이 많이 다니는 학교들의 컴퓨터에 입력된 이 번역 기기는 영어 이메일 내용을 스패니시로 자동으로 바꿔 영어에 서툰 히스패닉 이민 학생들에게 박수를 받고 있다.
SAP 아메리카의 CEO 빌 맥더모트는 3년 전 사회봉사 기금을 상향조정했다. 2002년에는 연간 수익의 2.4%를 배정했었는데 지금은 3.5%로 올렸다. 자선단체들을 찾아 거금을 쾌척했다. 이뿐 아니라 지난해 10월 SAP 아메리카 직원 3,000여명이 지역 학교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청소를 해주었다. 또 방과 후 마땅한 보충수업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앨버슨(Albertson’s)은 지난해 기나긴 노조파업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이를 쇄신하기라도 하듯 앨버슨은 전국 규모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무숙자 셸터에 고기, 낙농제품, 신선한 야채 등을 공급하고 있다. 현금과 이와 유사한 물품 도네이션이 지난해만 8,700만달러에 달했다.
기업의 대 사회봉사를 전적으로 찬성하는 측은 순수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는 원칙론 외에 비즈니스 마인드를 강조한다. 기업이 금전적으로 돕거나 봉사활동에 직접 참여하면 회사의 이미지 제고에 큰 보탬이 된다는 점을 든다. 최근 수년간 터져 나온 기업들의 스캔들로 인한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만일 차후에 예기치 않게 스캔들이 불거져 나올 경우 뭇매를 덜 맞게 된다는 계산도 집어넣는다.
그리고 유능한 일꾼을 자사에 끌어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덧붙인다. 젊은이들은 패기만 있는 게 아니라 사회적 기여도가 높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는 MBA 졸업생들의 네트웍인 Netimpact.org의 회원이 2002년 4,000명에서 2004년 1만명으로 증가한 것은 기업들이 눈여겨보아야 할 현상이다.
인재들을 채용하고 싶어하는 기업들로선 이들 젊은이들의 의식구조를 외면할 수 없다. 아니, 보다 적극적으로 이들의 환심을 사야한다. 그러려면 기업의 사회봉사는 어찌 보면 기업의 사활이 걸린 이슈이기도 하다는 게 기업의 대 사회봉사 찬성론의 주된 근거다.
여기에 제동을 거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여기저기 돕는 것 자체가 크게 문제될 일은 아니지만 기업의 효율성이나 재정상태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의 기업들이 사회에 환원한 기부금 규모는 모두 36억달러에 달한다. 사상최고다.
문제는 기업의 사회봉사 또는 기부금이 기업의 다른 활동을 제한한다는 점을 이들은 제기한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구와 개발이 필수다. 그런데 여기에 필요한 예산이 사회봉사 기금 때문에 옥죄인다는 것이다.
특히 월가에서는 기업들의 사회기부금이 생각하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생존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또한 기업의 최우선 책무는 주주들의 권익을 최대한 보호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기업이 사회봉사에 힘을 쏟는 것은 잘못된 것이란 주장이다. 단적으로 남(주주)의 돈으로 생색을 내려든다는 비난이다. 이는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을 비롯해 상당수 기업 총수들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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