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민
MIT 는 nerd 천국이다. 실제로 nerd 가 많고, nerd 가 살기에 최고의 환경을 제공한다. Nerd 를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보니 “두뇌는 명석하나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 이라고 나온다. 진짜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세상의 흐름과 동떨어져서 사는 공부쟁이들..
맨 처음 MIT 를 방문했을 때는 어떤 대학원에 갈지 고민 중이었다. 각 학교마다 아주 특색이 다르다. 예를 들어, Caltech 같은 경우는 자기만의 세계가 아주 강하고 개인 플레이를 잘 하는 사람들 같았다. Brown 대학 같은 경우는 운치가 있는 귀족적 분위기였다. 그리고, Stanford 나
Harvard 는 MIT 와 정말 상반되는 대표 학교들이다. 학생들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Stanford 나 Harvard 학생들은 일단 깔끔하고 프로페셔널하고 매너 있다. 뭔가 뽀대가 난다. MIT 학생들은 이와는 다르게 괴짜스럽고 유치한 것을 즐기고 유쾌하다. 만나면 편하고 신난다. 그래서, 단번에 MIT 로 결정할 수 있었다. MIT 학생들을 만난 순간, 첫눈에 여기가 내가 속한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학부생들은 대학원생들보다 더 MIT 스러운 것 같다. 가끔 신문 기사들을 통해 진행되는 행사들을 보면, 정말 신기하다. 주기적으로 건물 옥상에서 그랜드 피아노를 땅으로 떨어뜨리는 행사를 한다고 한다. 떨어질 때 나는 소리에서 새로운 음악을 발견한다는 목적으로... 그리고 신입생들이 방문하는 시기에는 더욱 MIT 스러운 행사들을 많이 하는데, 그 중 하나는 커피에 넣는 크림 가루를 큰 통에 가득 채우고 폭발시키는 것이다. 나도 한 번 갔었는데, 폭발과 함께 하늘이 크림 가루로 덮인다. 정말 괴짜들이다.
MIT 의 가장 중심에 있는 lobby 10 지붕은 그 괴짜들의 공격 대상이다. 종종 그 지붕위에 거대한 조형물을 올리려는 학생들과 그것을 막으려는 경찰들간의 공방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 지붕이 높아서 위험하고, 그 위에 무엇인가를 올리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데, 학생들은 갖은 수단을 써서 밤새 몰래 그 위에 재료를 올리고 만들어 놓는 것이다. 지붕 위에 커다란 차나 비행기, 심지어 음식 모형이 올라가 있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웃기다. 벌금을 올리고, 경고를 해도 학생들의 이 장난기 가득한 도전을 막기 힘들다고 한다.
MIT 는 이렇게 괴짜스러움을 대놓고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유치함, 유쾌함을 즐긴다. “겉멋”은 MIT 와는 거기가 멀고, 명예나 돈을 추구하는 것과도 그리 가깝지 않다. 그저 순수하게
즐겁게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잘 하는 것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을 포장할 필요없이 자기만의 길을 자유롭게 개척해 나가고, 그것을 즐긴다.
싫은 것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좋아서 열심히 하는 사람을 따라가기 힘들다.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사람은,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만큼 행복하기가 쉽지 않다. MIT 는 단연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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