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정보
다지볼 시합 보물찾기 콧수염 기르기 등
소규모 단체들 ‘젊은층 끌기’ 효과 쏠쏠
콜린 페퍼드는 결코 자선사업가를 연상시키는 모습은 아니다. 길고 야윈 몸매에 머리카락은 헝클어졌으며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면서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한다. 야회복 차림으로 가는 자선행사에 초대받은 적도 없고, 어린이나 돌고래나 열대우림을 살리는 일에 단돈 500달러도 내 본 적이 없는 그는 여러모로 자선단체에 기부할만한 사람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얼마전 워싱턴 DC에서 열린, 분장을 한 6명이 한팀을 이루어 샤핑 카트를 끌고 워싱턴 시내에서 5킬로미터를 달리는 경주에서 그는 1번으로 달렸다. 찢어진 티셔츠에 소방관 모자, 풀잎을 엮은 치마와 레이를 걸치고 자기가 애용하는 42번 버스 모양으로 꾸민 그로서리 카트를 밀고 미국의 수도를 누비는 대가로 그의 팀이 거둔 것은 현금 30달러와 한 가방의 깡통식품. ‘재미와 기부를 주려는 성인들의 모임(SMASHED)’이 주최한 이 행사로 걷힌 500달러와 115파운드의 식품은 지역 푸드 뱅크를 위한 것이었다.
모금액수만 보면 보잘 것 없지만 이런 종류의 행사는 젊은층의 기부를 이끌어내는 새로운 추세라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모금은 해야겠는데 전통적인 자선만찬 같은 방식에는 싫증난 젊은 모금운동가들은 다지볼 토너먼트, 보물찾기, 콧수염 기르기 경연대회 같은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노숙자 대피소나 허리케인 피해자를 위한 자금을 모으고 있다.
여기서도 십시일반의 대원칙은 지켜진다. 친구들을 재미있게 해주면 5달러나 10달러 정도 내놓게 만들기가 훨씬 쉬워지므로 가장 흔한 모금 방법은 여러 사람에게서 조금씩 모아 큰 돈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수백년전부터 해온 일이지만 자선사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지난 10~15년 사이에 훨씬 많아졌다고 말한다. 1990년대말 테크놀로지 붐때 시작돼 온라인 모금이 많아지면서 더욱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1999년에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된 ‘머스태시즈 포 키즈’는 친구들끼리 누가 더 콧수염을 잘 기르는지 내기를 해서 진 사람이 ‘메이크 어 위쉬’ 재단에 돈을 기부했다. 처음 시작한 사람들은 그 해로 끝냈지만 아이디어만은 입소문과 e메일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으로 퍼져 자원봉사자들이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코밑 수염을 기르겠다는 사람들의 신청을 받았다. 이후 7년이 지나고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밑 수염을 기르는 동안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 지부가 생기고 메이크 어 위시 재단에 기부한 돈도 10만달러가 넘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이재민이 많았던 작년에는 뉴욕지부가 모금한 돈을 뉴올리언즈의 칠드런즈 하스피털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하자 참가자가 2배로 늘어 40명 이상이 1만3,000달러를 모았다.
작은 자선단체들의 이와 같은 혁신적인 모금방법은 대규모 자선단체들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비영리단체의 건전도를 분석하는 기관인 ‘채리티 내비게이터’ 대변인 샌드라 미뉴티는 말한다. 젊은층의 기부를 이끌어내는 것은 모든 자선단체의 당면과제이기 때문이다. 40세 미만 기부자들이 드물고, 현재 기부자들은 노령화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자선단체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사교적, 창조적 방법을 동원하여 차세대 기부자들을 발굴하고 있다. 그중 하나인 백혈병 및 림프종협회는 총각 경매, 마라톤 훈련 프로그램 같은 행사를 통해 젊은층 기부자를 찾고 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사는 교사 제이미 로자는 6월에 열릴 백혈병 및 림프종 협회의 3종경기에 필요한 돈 3,400달러를 모금하기로 서약은 했으나 교사 월급으로는 여유가 없고 주위 친구들도 돈이 없기는 마찬가지라 고민을 거듭하다 한 친구의 귀띔으로 참가비를 받는 다지볼 토너먼트를 조직했다. 사교성을 가미하면 친구들이 그저 수표만 써주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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