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단의 거목 김기창 화백 판화작품전
깎아지른 듯한 암벽들 아래 푸르고 맑고 드넓게 펼쳐진 천지. 봉우리들의 모양과 색깔이 변화무쌍하게 천지 쪽으로 흘러내리며 푸른 이끼류로 치장한 백두산의 정취다. 쳐다보기만 해도 호방한 기운이 느껴지는 석판화 ‘백두산도’옆으로 개울가의 원두막 위에서 수박을 쪼개는 아낙네의 질박함과 지게를 지고 걸어오는 농부의 모습으로 한여름의 정겨운 정취가 묻어나는 석판화 ‘청산하일’이 보인다.
운보 김기창 화백의 석판화 ‘청산하일’(1995·67×109.5 cm).
운보 김기창 화백의 석판화 ‘백두산도’(1995·65×108.5 cm).
12∼21일 갤러리 블루웨이브(대표 김태정)가 마련한 특별기획전 ‘판화로 보는 운보의 예술세계’이다. 청록산수, 바보산수, 먹산수 등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오리지널 판화작품 32점이 LA한인들을 찾아왔다.
자유분방한 기질에 기인한 파격과 탈전통, 왕성한 실험정신으로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변신을 거듭한 한국 화단의 거목 운보 김기창(1913∼2001). 동양화를 추상 양식으로 발전시켜 세계화한 선구자로, 민화풍의 독특한 ‘바보산수’와 청록산수 등 한국화에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운보의 판화모음전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운보의 대표작 ‘바보산수’를 판화로라도 볼 수 없어 아쉽다. 그래도 이른바 바보산수의 한 자락이라는 석판화 ‘강변’(1995)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자.
나루터의 풍경을 세심하게 그린 한 폭의 풍속도 ‘강변’은 나루터 주변에 밀집해있는 많은 이들의 다양하고 사실적인 묘사와 나루터 주막의 상황이 풍자적으로 표현되어 이채로운 작품이다. 또, 누런 황소를 탄 소년을 묘사한 석판화 ‘소와 소년’(1995)은 자연의 전근대적인 풍속화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도 1991년부터 95년까지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의 세계적인 판화공방에서 한정 제작된 석판화, 동판화, 실크판화로 운보가 직접 서명과 낙관을 찍은 것이어서 품격이 그대로이다. 또, 작품 구입 시 운보 공방의 보증서가 발행된다.
개막 리셉션은 12일 오후 6시 갤러리 블루웨이브(601 S. Ardmore Ave.) 문의 (213)385-0555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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