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편영화 ‘빈둥거리는 날들’을 들고 LA영화제를 찾은 김소영 감독.
“낯선 땅에서 겪은 사춘기 외로움의 상처 담았어요”
올해 선댄스와 베를린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과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한 화제작 ‘빈둥거리는 날들’(In Between Days)의 김소영(37) 감독을 만났다.
LA 영화제 상영작으로 초청된 그녀의 첫 영화 ‘빈둥거리는 날들’은 미국으로 이민 온 10대 한인 소녀의 외로운 성장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다. 한인이어야 공감하는 영화는 아니다. 극장을 나서는 모든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청소년기를 떠올리게 하는 서정시 같은 영화다.
부산에서 태어난 그녀는 12세 때 어머니를 따라 LA로 이민을 왔다. 영화 속 주인공 에이미처럼 사춘기를 새로운 나라에 적응해야 했다. 그녀의 영화는 경험담에서 출발했지만, 이야기 전개는 그녀가 걸어온 삶의 여정과는 완전히 다르다. 닮은 점이 있다면, 에이미도 그녀도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좌절감에 시달렸다는 것뿐이다.
“홀로 가정을 꾸려 가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한번도 ‘사랑’이나 ‘섹스’에 대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어요. 이민 가정에서 자란 한인 친구들은 마찬가지였죠. 우리가 정말 나누고 싶은 이야기였는데 서로 눈치만 보며 섣불리 꺼내려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10만달러의 저예산을 들여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이 영화는 대사의 80%가 한국어다. 언어의 차이를 통해 미국에서 겪는 고립감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그녀. 미국에 살다보니 한국어를 자꾸 잊어버린다는 그녀는 내년 여름 한국에서 촬영할 예정인 차기작 ‘나무 없는 산’(Treeless Mountain)을 준비하며 한국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두 번째 영화는 부산의 여름을 배경으로 세 살과 여섯 살짜리 두 자매의 성장기를 다뤘어요. 스스로의 정체성 찾기이자 어머니에게 쓰는 한 장의 편지인 셈이죠”
차기작 역시 시나리오만으로 선댄스 랩과 부산영화제 프로모션에 선정됐기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작품 역시 남편 브래들리 러스트 그레이가 프로듀서를 맡았다. 7년 전 아트 인스티튜트 오브 시카고에서 만나 결혼한 그녀의 남편 역시 2003년 영화 ‘솔트’(Salt)로 베를린 영화제에서 혁신적 영화인에게 수요하는 칼가리상을 수상한 유망주다. 그녀에게 남편은 솔메이트. 그녀가 감독하는 영화는 남편이 제작을 맡고, 남편이 감독하는 영화는 그녀가 제작을 담당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큰 후원자인 동시에 가혹한 비평가인 것이다.
“남편이 오는 10월 레즈비언 영화 ‘잭 앤 다이앤’ 촬영에 들어가고, 연이어 제 영화 ‘나무 없는 산’의 프로듀서를 맡을 예정이에요. 2편의 영화를 동시에 진행하느라 정신없죠. 하지만, 한국에서 영화를 찍는다는 생각만 하면 힘이 솟아요. 꼭 하고 싶었던 인생의 도전이거든요”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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