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에 낸 첫 시집
이민의 고통 고스란히
‘…아내는 산에서 돌아오지 못해/아이들만 데리고 방향없이 돌아섰다/나는 그 죄에 묶여 있다.//
록키 산에는/우리가 부른 노래가/메아리로 울음 속에 잠들어/그녀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고희에 첫 시집을 냈다. 70평생이 책 한 권에 묶인 것이다. 라디오 방송국 시 낭송 프로그램이 글쓰기의 계기였다고 한다. 그 후 13년. 그새 무슨 문학단체 신인상이며, 문학동호인회 회장이니 하는 자리도 거쳤다고 약력은 전하지만 사실 그런 게 뭐 그리 중요한 걸까. 그는 그때부터 시를 적고 그걸 책 하나로 엮었다.
정진업(사진) 시집 ‘록키산에 잠든 메아리’(서울문학 간)가 곧 그것이다. 고희기념이라는 부제를 단 시집은 5장으로 나뉘어 각 장마다 15편씩의 시가 가지런히 묶여 있다. 책머리에서 그는‘이 글들은 시집이라기보다 일기장’이라고 했다. 일기의 내용은 대부분 이민생활에서 겪은 고민과 고통이라고 한다. 그가 이민생활, 혹은 생애에서 겪은 가장 큰 고통 중 하나는 아마도 상처(喪妻)인 것 같다.
이 시의 제목 ‘록키산에 잠든 메아리’는 그대로 이 시집의 명패가 되어 있다. 아내는 그와 두 아들을 두고 떠났다. 그러나 그가 두 아들과(아마도 함께 손을 잡고) 산에서 부른 노래는 아내의 곁에 남아 있다. 메아리의 형태로, 울음 속에 잠든 채. 시집에서 가장 애틋한 부분이다.
시인 성찬경은 발문에서 ‘정진업의 시를 읽으면 서정의 순도와 심도가 남다르다는 점이 느껴진다’고 했다. 아마도 이같은 구절들을 말하는 것이리라.
시집에 실린 그의 시들은 각 장에 단 소제목에 맞춰 소제별로 정확하게 나뉘어져 있다. 예컨대 ‘그 때 그 서울’에는 대부분 서울 이야기만 실리는 등 분류가 너무 일목요연해 시인은 고희에 이른 생도 이처럼 단아한 모범생으로 살았으리라는 인상을 갖게 한다.
발문은 시인에게‘표현 면에서도 좀 더 자유로워지도록 꾸준히 정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완곡한 표현이지만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시집에 명백한 오자, 띄어쓰기 실수 등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눈에 거슬린다. 그것도 아주-. 토키(토끼), 수즙은(수줍은), 같였던(갇혔던), 어두어도(어두워도) 등과 같은 틀린 글자가 문학작품집, 그것도 시집에 왜 이렇게 많아야 하는가.
출판기념회는 오늘(12일) 오후 6시30분 용궁. 회비 20달러. (213)483-5511
<안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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