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케언 아일랜드는 남태평양 한 가운데 있는 작은 섬이다. 그럼에도 올해 현재 인구 50명으로 주민 수가 워낙 적다 보니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희박한 행정 구역이란 기록을 갖고 있다. 이 작은 섬은 이밖에 또 하나 세계 기록을 갖고 있다. 1838년 처음으로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근대 들어 가장 먼저 민주주의를 시작한 나라로 손꼽히지만 여성에 관한 한은 예외다. 나라로는 제일 먼저 뉴질랜드가 1893년, 호주가 1894년 여성에게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줬지만 미국은 1920년 헌법 개정을 통해서야 이를 실현했다. 물론 미국이 워낙 넓다 보니 지역적으로는 이보다 훨씬 먼저 여성 참정권이 주어진 곳이 있다. 1776년 뉴저지 주다. 그러나 이는 나중에 폐기됐고 이를 영구적으로 보장한 곳은 와이오밍으로 1869년부터 여성이 투표할 수 있었다. 같은 해 유타가 이를 승인했으며 곧 이어 콜로라도와 아이다호가 그 뒤를 따랐다.
흥미로운 점은 여성 참정권 부여가 소위 문명국의 중심이 아닌 변두리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1789년 대혁명을 일으킨 프랑스는 1944년 노르망디 상륙 작전이 성공한 후에야 드골에 의해 여성도 투표할 수 있게 됐다. 문명국 중 문명국으로 꼽히는 스위스는 1971년, 그와 비슷한 인근 소국 리히텐슈타인은 1984년이 돼서야 여성 참정권이 허용됐다.
변두리에서 여권이 먼저 신장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문명 사회의 여성이 예쁘게 화장하고 남자 시중을 드느라 바쁜 동안 서부 개척지대의 여성은 남성과 똑같이 총을 들고 사냥을 하고 인디언과 싸웠다. 남자들과 다를 것 없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데 우리만 투표권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말이 허튼 소리가 아니다.
올 중간 선거는 예상대로 공화당의 참패로 끝났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약진과 함께 두드러진 현상은 여성 후보들의 대거 출마다. 러트거스 대학 조사에 따르면 올 선거에서 주 의원직에 도전한 여성 후보만 2,43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고다. 연방 상원에는 여성 후보 12명이 예선을 통과했는데 이 또한 기록이다. 이중 미네소타의 에이미 클로부차와 미주리의 클레어 맥캐스킬이 당선, 여성 연방 상원의원 수는 16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하게 됐다.
이번 가주 선거에서도 아시안 여성 파워가 돋보였다. 가주 세무를 총괄하는 조세 형평위의 경우 4명의 위원중 한인 미셸 박을 포함 베티 이, 주디 추 등 3명이 아시안 여성이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함에 따라 낸시 펠로시가 첫 여성 하원의장이 될 예정이며 여기다 2008년대선 선두주자로 꼽히는 힐러리까지 당선된다면 워싱턴은 여성 천하가 될 판이다.
공직자 배출의 요람인 법대 여학생수가 남학생 수를 넘어선 지 오래고 여성의 정치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여성 공직자 수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날 때부터 호전성이 강한 남성보다 남을 돌보는 성향이 강한 여성이 집권하면 보다 평화롭고 온정적인 사회가 올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그런 사회가 올 것인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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