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은 새해의 시작이다. 시작의 출발점에 설 때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는 새로운 마음을 갖는다. 지금까지 자신도 모르게 느슨해진 마음을 추스리고 각오를 새롭게 한다.
매년 새해의 1월이 돌아오는 것처럼 우리들을 새롭게 고무하는 것도 없다. 우리의 일상이 별 이렇다 할 변화없이 흘러가고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제 스스로 돌아갈 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관심과 나태 혹은 지독한 게으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물론 이러한 시간의 어느 한 순간, 갑자기 자신을 바짝 일으켜 세우고는 “자, 이제라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외치며 일어서는 사람들이 있고 매일 매일의 새벽을 새 아침의 출발점으로 삼아 하루를 새롭게 맞이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원래 인간의 본성이란 그렇게 매몰차고 결단력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시간의 흐름 속에 그냥 내버려두면 그 속에서 빠져나오지를 못하고 익사해버리고 만다.
지금까지 나는 이렇게 익사해버린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많이 보아왔거니와 특히 남보다 특출한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 제 자신을 맡겨버린 뒤 매너리즘에 빠져 보통사람들만도 못해져버린 사람들도 보아왔다.
하여, 지극히 평범한 우리들이 지극히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어느날 갑자기 깨어나 문득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1월, 새해의 출발점이 없었다면 우리들의 개인사는 물론이고 인류 문명사도 엄청나게 바뀌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새 해 1월이면 언제나 떠오르는, 지금도 내 심약한 결단력의 지팡이가 되어주는 무진장 가난했던 한 친구가 있다.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은 누구든지 매년 학년이 바뀌어 한 학년씩 진급할 때마다 새로운 생각과 각오를 가슴에 품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나의 친구도 그러했다. 학년이 바뀔 때면 그는 혼자 운동장 저 끝에 있는 철봉대에 매달려 학교를 바라보며 새 해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책 100권을 읽으리라 결심했다. 책 100권을 읽는 일만이 그가 가난을 벗어나는 유일한 길로 삼았다. 그런 결심은 해 마다 가정과 주위환경 때문에 실패로 끝났지만 늘 그 친구의 새 해의 결심은 전년에 이루지 못한 결심에 대한 오기와 도전이었다.
그 때의 무모함이 재수라고 하는 다른 희생을 가져왔지만 그 해의 마지막 어느날 그를 찾아갔을 때 그가 벌떡 일어서서 “해냈다”라고 외치던 그 자신감과 성취감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대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 친구는 내가 전화를 걸 때마다 지금 바로 이 순간이 자신의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이야기를 하곤 한다.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만일 그 친구가 매번 어려운 순간 마다 새로운 출발점, 새로운 각오로 자신을 일으켜 세울 새로운 출발점이 없었다면 그는 십중팔구 지금의 그가 아니었을 것이다.
매년보다는 매월, 매월 보다는 매일매일,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새롭게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삶속에서 목표로 삼은 그 무엇을 틀림없이 이루어낼 수 있으리라고 단언해도 좋으리라.
그런데 주위를 돌아보면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새 해의 새 문턱을 아주 담담히 그냥 넘어가고 있다. 그냥 넘어갈 뿐만 아니라 새 해, 새 달, 새 출발점이라는 것에 대해서 무지라고 할 만큼 무관심으로 대하고 있다. 그것은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이웃,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본인이 속해있는 사회를 위해서도 커다란 손실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해서 이루어 낼 수있는 무엇인가를 놓칠 수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새 해에는 새 해를 새 해로 바라보자. 새 해가 시작되는 출발점, 1월의 문턱에 서서 새로운 마음으로 새 해를 설계해보자.
1월은 두 개의 얼굴을 지닌 야누스의 달, 지난해를 돌아보며 새로운 다짐으로 새 해를 바라보는 달이 아닌가.
이윤홍
시인·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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