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다운로드받는 음악 파일에서 디지털 저작권 관리장치(DRM)를 제거해야 한다고 미국 애플사(社)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가 6일 주장했다.
잡스 CEO의 이번 발언은 애플이 음악재생기 ‘아이팟’과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 ‘아이튠스’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파격적이다.
그는 이날 애플 웹사이트에 ‘음악에 대한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게재한 글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잡스 CEO는 음악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회사에 따라 DRM 형식이 다른 현재 상황에서도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잘 받을 수 있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그는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떤 사이트에서 받은 음악을 어떤 회사의 재생기로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는 점, 특정 사이트에서 받은 곡을 특정 재생기로 들어야 하는 현재 구조로 음악의 불법복제를 거의 막지 못했다는 점 등을 들며 현재의 DRM 체계를 없애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특히 잡스 CEO는 유니버설과 소니 BMG, 워너뮤직, EMI 등 ‘4대 음반사’들이 온라인 음악 판매 회사에는 DRM 적용을 요구하면서 자신들이 판매하는 CD 음반에는 그런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정체 상태에 있는 온라인 음악 시장, ‘아이튠스’에서 구입한 음악을 ‘아이팟’으로만 들어야 하는 현상에 대해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불만 등이 이번 발언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음반 판매량은 1991년 음반 판매량의 전산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악의 실적이었고 디지털 음악 판매고는 이같은 음반 판매량 감소를 상쇄할 만큼 뚜렷하게 증가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온라인 미디어업체 리얼네트웍스의 롭 글레이저 CEO 역시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현재의 온라인 음악 유통구조에 변화가 생겨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지만 잡스 CEO의 이번 발언은 업계에서 차지하는 역할 만큼이나 비중이 크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유니버설과 워너, 소니 BMG측은 잡스 CEO의 이번 발언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음반회사들이 이번 발언에 대해 음악과 재생기 간의 호환성 문제에 대한 비난을 애플에서 음반회사들로 전가하려는 시도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 전문가는 음반회사측이 음악에 대한 DRM을 없앨 경우 이런 관행이 영화 같은 영상 콘텐츠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TAG 스트래티직의 테드 코언 분석가는 정식으로 다운로드받은 디지털 음악을 어떤 재생기로도 들을 수 있게 된다면 소비가전업계의 분명한 승리가 되겠지만 콘텐츠업계로서는 잠재적인 위협이라며 잡스 CEO가 그의 입장에서 대담한 행동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준’ 사업부문의 제이슨 레인도프 마케팅 담당 이사는 잡스 CEO의 이번 발언이 무책임하며, 적어도 순진한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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