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데 한국 전통사찰 꿈은 과연…
하기야 부처님이 어디 근사한 절 지어놓고 방석에 눌러앉아 에헴하며 지냈더냐. 우기 때 안거를 빼고는, 그는 늘 누더기 시체옷 한벌 걸쳐입고 탁발하며 설법하며 중생이 있는 곳곳을 누볐다. 고요한 산 속에서 홀로 법열을 기쁨에 겨운 생활도 아니었다. 마땅히 구제해야 할 중생들이, 중생들의 고통이 득실거리는데 홀로 삼매경에 빠져 있거나 교리 몇장 몇절을 읊조리며 공밥을 얻어먹는 생활도 결코 아니었다. 그러므로 장엄불사 장엄불사를 염불처럼 외우며 대들보 올리고 기왓장 덮고 금박불상 모시는 데 열을 올리는 건 부처님의 가르침도 아니려니와 부처님의 바라는 바 또한 아니다.
그러나 북가주 불자들 사이에 “우리도 어엿한 전통사찰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소망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따로 옹색한’ 영세사찰 시대를 마감하고 ‘함께 장엄한’ 전통사찰을 짓고 그 안에서 더욱 굳건히 하나될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들이 슬근슬근 장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음 속에서 모든 것을 다 가진 부처님의 뜻을 모르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모아도 한줌뿐인 불자들이 뿔뿔이 흩어져 장엄불사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상당부분 보따리불교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아쉬움들이 예서제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북가주 불교마을 일에 앞장서온 중년불자의 말을 빌자면 “우리도 불국사같은 절을” 가졌으면 하고 가질 때가 됐다는 것이다. 조각가인 어느 불자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말꼬리가 우연히 통합사찰 얘기로 옮아가자 “그것 정말 미국 와서 들어본 제일 속시원한 소리”라며 “그런 날이 제발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스님들 사이에서도 이런 얘기들이 간혹 오간 모양이다. 출가불자들도 재가불자들도 결국은 한 꿈을 꾸어온 것이다.
그러면 북가주 한인 불교마을 전통사찰 건립의 꿈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소망스런 장엄불사 꿈이 지금까지 꿈의 영역에서 맴돌고만 까닭은 바로 ‘어떻게’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가 부족했던 때문이다. 이를 잘못 꺼냈다가 공연한 오해를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지레 생각을 접는 바람에 꿈은 현실이 될 싹조차 틔우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제 그 꿈들을 드러내고 말할 때가 됐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최근들어 조금씩 볼륨을 높여가는 ‘하나된 전통사찰’의 꿈,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첫 걸음은 우선 그 꿈을, 그 꿈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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