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은 어머니날이다. 매년 5월 두번째 일요일이 미국의 어머니날로 1907년 안나 자비스에 의해 제의되었으며, 1914년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정식 선포한 데서 시작되어 올해가 93번째가 된다.
지난 4월 초 부활절 분위기로 분주한데 어떤 손님은 벌써 ‘어머니날’ 카드를 찾는다. 헝가리나 스페인, 포르투갈의 어머니날은 5월6일이며 이웃 멕시코는 5월10일이어서 외국에 보낼 분들은 4월부터 카드를 사간다. 어느 시즌이나 어머니에게 드리는 카드를 고르는 사람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어떤 분은 읽다가 회한에 빠져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어머니 - 지고지순한 사랑, 인간의 본향인 사랑을 주기만 하셨던 분, 애틋한 그리움이 가슴에 번진다. 인류 역사상 어떤 위대한 인물도 어머니의 사랑과 가르침이 그 인간성의 기본이 되었을 것이다. 하나님이 만물을 창조하실 때 인간은 심장 가까이에 유방을 두고 동물은 심장에서 먼 곳에 유방을 만든 것은 그 분의 깊은 배려에서라고 한다.
지난달 전 세계를 경악케 했던 버지니아텍 조승희 총격사건은 미국에 이민 온 우리 한인부모들의 가슴에 심한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진정한 가족 간의 영적 대화나 자녀의 정서적 성장을 생각할 여유 없이 생업에 분주하기만 한 우리의 현재 상황을 점검하게 하였다. 또한 그의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과 희생이 알려지면서 그들의 처절한 심경이 동병상련의 아픔으로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희생된 학생들의 부모들이 억울하고 처참한 슬픔을 다스리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의연한 태도는 미국의 한 면을 보게 했다. 다가오는 어머니날을 맞아 상처받은 어머니들의 마음이 치유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미국에 온 후 이곳 남가주의 소도시에서 카드와 기념품과 책을 파는 홀마크 스토어를 오랫동안 경영하고 있다. 1911년 조이스 홀이 포스트카드 판매의 비즈니스에 이어 창설한 이 회사는 오늘날 미 전국 카드생산의 40% 가까이 점유하고 1만 여 지점을 가지고 있는 대회사로 성장했다.
나나 단골고객이나 그 동안 우리가 공유한 시간이 꽤나 축적되어서 서로들 쳐다보기만 해도 대개 그 날의 기상도를 짐작하게 된다. 당시의 말썽꾸러기 어린 소녀들이 이젠 의젓한 엄마가 되어 다시 그들의 아이들을 데리고 카드를 사러온다. 마치 고향집을 방문하듯이 반가운 마음으로.
어머니날 카드라도 어머니의 나이와 취향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다. 주는 사람에 따라 나 혼자 또는 우리 부부로부터, 우리 가족 모두가 또는 어린 딸이나 아들로부터 마미에게 주는 카드가 다 다르다.
또 최근 늘어만 가는 계모나 장모· 시어머니, 직장 동료, 친구, 또 친구의 어머니, 그 외에도 할머니, 숙모, 언니, 이모, 손녀 등 받는 사람도 다양하고 그들의 나이에 따라 각각 다르게 만들며 또한 가족의 일원인 개나 고양이로부터 등 그 종류를 헤아리자면 정말 놀라게 된다.
이래저래 미국 문화의 독특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카드는 아무리 IT 문화 속의 E-메일이 성행해도 줄지 않을 것이다.
세계화의 신자유주의 경쟁 속에서 눈부시게 발전하는 문명의 이면에, 황폐해 가는 정신문명 속에서도 어머니의 절대적 사랑은 우리 자녀들이 세상을 밝게 보는 점안약이 될 것이다.
김인자 시인·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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