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이 학교의 교사를 위한 꽃을 한송이씩 가져오라고 한 날이다. 한 반의 학생수가 스무명이니 스무송이의 여러 종류의 꽃을 모아 커다란 한 다발의 보암직한 꽃다발이 되겠다. 의미도 있고 경제적이기도 하고 참 좋은 생각이다 싶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아침에 꽃을 사서 아이에게 들려 보내려니 남자아이라 쑥스럽다고 가방에 넣겠다는 거다. 세상에 꽃을, 그것도 한 송이의 부러지기 쉬운 꽃을 그 무지막지하게 다루어지는 가방에 넣겠다고? 5분이면 꽃은 본 형체를 잃게 될 것이다. 안 된다고 했다. 그럼 자기는 놀 수가 없어서 싫다는 거다. 교실에 들어가기 전 15분 정도를 아이들은 뛰어다니며 공놀이를 하는데 꽃을 들고 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오늘 하루 안하면 좀 어떠냐고 들고 있으라고 했는데 끝까지 말을 안들어서 결국은 화가 폭발했다. 평소에는 말을 잘 듣는 아이인데 클수록 남들과 어울리지 않는 어떤 일은 굉장히 싫어한다. 다른 남자 아이들을 보아도, 옷 모양이라든지 가방이라든지 남들과 비슷하기를 원하는 걸 알기에 이해는 하겠는데 오늘같은 날은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아침부터 데려다주는 차 안에서 다다다다… 아이에게 이전 일까지 끄집어내며 야단을 쳤다. 야단을 치면서도, 아이가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싫을까 생각은 되었다. 꽃이 상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결국 나는 나의 뜻을 아이가 따르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화가 난 것이다. 물론 내가 옳고 아이가 부모의 말을 따라야 하지만 지나치게 야단을 치고 있는 내 모습이 나도 참 이해가 안갔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달리는 기차는 갑자기 멈출 수가 없다. 화가 겉으로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이상 끝장을 보게 된다. 결국 아이는 꽃을 그럼 가방 밖 주머니에 꽂고 가겠다고, 안 상하도록 잘 하겠다고 하고는 내렸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이제 오후 늦게가 되어야 다시 만나게 되는 아이의 마음을 좋지 않은 방법으로 마구 헤집어 놓고는, 그러면서도 아직도 분이 안 풀려하는 내 모습이 어찌나 한심스럽던지. 분명히 그렇게 화를 내지 않고 충분히 좋게 타이를 수도 있었다.
얼마 전 자신의 생각과 틀리게 행동한 사람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화를 내는 사람을 본 기억이 났다. 그 땐 그 사람이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마음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판단했는데, 방법과 상황은 틀려도 오늘 내 모습과 결코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는 어찌나 부끄러웠던지. 모든 것은 이유가 있다. 화를 내건 야단을 치던 나름대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이유들이 바탕에 깔려있는 건 사실이다. 꼭 그래야 할 경우도 물론 있다. 하지만 작은 일, 작은 불편함이 사람의 마음 안에 분노를 일으키고 참지 못하게 만들고 겉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자신의 마음을 통제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없지만, 또 자신의 마음을 추스리지 못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참기 어렵기 때문에 참으라고 하고, 사랑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랑하라고 하고, 또 용서할 수 없기에 용서하라고 하는 것 아닌가. 무릇 지킬만한 것들 중에 마음을 지키라고 했다.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니 자신의 마음을 열심히 지키는 일부터 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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