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할머니‘비행기 출퇴근’
뉴욕타임스 ‘수퍼 조부모’ 보도
맞벌이 자식 대신 아이 양육 전담
아예 집 팔고 근처로 이사 가기도
휴스턴에 거주하는 앤젤라 김(57)씨는 의사인 딸 안드레아의 부탁으로 매주 이틀씩 두살짜리 손자 노아를 돌본다. 김씨의 경우가 특이한 것은 딸과 손자가 휴스턴에서 250마일 떨어진 달라스에 거주한다는 점이다.
김씨는 매주 화요일 휴스턴에서 오전 6시30분 사우스웨스트 항공편을 타고 달라스로 출발, 이틀간 노아에게 현미밥과 미역국을 먹이고 ‘콩글리시’를 구사해 가며 놀아준 다음 수요일 밤 7시30분 항공편으로 남편 오거스틴(61)이 기다리는 휴스턴 공항으로 돌아온다. 노아의 나머지 사흘은 달라스에 거주하는 아빠쪽 할머니 니타 토마슨이 돌본다. 뉴욕타임스는 이처럼 김씨와 같이 손자손녀들을 돌기 위해 항공 통근을 하거나 집을 팔아 이주하는 조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10일 소개했다.
앤드레아 김씨는 어머니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2년 전 노아를 데이케어 센터에 맡기느니 병원 레지던시(수련의 과정)를 포기했을 것이라고 한다. 의사가 되기 위해 대학에서 레지던시까지 9년을 투자한 김씨는 죄책감 때문에 노아를 도저히 데이케어에 맡길 수 없었다며 처음에는 농담으로 언급했던 통근 아이디어가 해결책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세일때 한번에 1,000달러치 항공티켓을 구입하는데 1주일에 160~200달러에 달하는 데이케어 비용보다 저렴하다는 것이다.
조부모들의 이같은 희생은 가족애가 끈끈하기로 알려진 아시아와 히스패닉 문화에서 특히 두드러졌지만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일리노이주 배링턴에 거주하느 테리 테퍼도 뉴욕에서 사는 손녀딸을 돌보기 위해 일요일마다 뉴욕시로 떠나 목요일에 시카고로 돌아오는 오디세이를 매주 반복한다.
센서스에 따르면, 2002년 어머니가 일하는 가정의 프리스쿨 어린이들 가운데 조부모가 돌보는 케이스는 19.4%로 아버지(18.2%)나 데이케어 센터(19%), 베이비시터(9%) 등이 돌보는 경우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에는 조부모가 돌보는 경우가 15.9%로 아버지와 데이케어 센터 다음으로 많았던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존스 홉킨스 대학 앤드류 철린 사회학 교수는 손자손녀를 기르는데 갈수록 더 많은 조부모들이 관여하는 이유는 데이케어 비용의 부담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베이비부머 첫 세대인 조부모들 사이에 차일드 케어로 허덕이는 자녀들과 손자,손녀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고 살림이 넉넉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뉴욕타임스는 10일 앤젤라 김씨가 장거리를 오가며 손주를 돌보는 과정을 사진을 곁들여 소개했다. 김씨는 매주 화요일 새벽 남편이 휴스턴 공항에 데려다 주면 댈러스 공항에서 딸 안드레아와 손자 노아가 마중을 나온다. 안드레아가 오전 8시 근무를 시작하는 병원으로 운전한 후 김씨가 운전대를 잡아 노아와 함께 딸의 집으로 향한다. <뉴욕타임스 - 본사특약>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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