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스러움: 나긋나긋함’‘최저임금 인상: 학교중퇴 조장’…
지난해 개설 인터넷 백과사전‘컨서버피디아’폭발적 인기
기독교적인 가치 수호 표방
“일부내용 극단적” 비판 거세
네티즌들이 직접 만들어 가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에 대항해 보수주의자들이 자신들의 견해를 반영한 새로운 온라인 백과사전을 만들었다. 이 온라인 백과사전의 이름은 컨서버피디아(Conservapedia, www. conservapedia.com).
이 온라인 백과사전은 하바드 졸업생으로 뉴저지 체스터에서 개업중인 앤디 슐라플리 변호사가 지난해 연말 시작한 사이트로 보수주의자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와 관심을 얻어가고 있다. 사실 중심의 내용을 올리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보수주의자들의 견해, 특히 성경적인 원칙을 고수한다는 방침을 표명하고 있어 논란을 낳고 있기도 하다.
컨서버피디아의 발단은 홈스쿨링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던 슐라플리가 한 학생의 과제물에서 기원전을 BC(before Christ)가 아닌 BCE(before common era)로 표기한 것을 발견하면서이다. 이 학생의 과제물은 위키피디아를 참고해 작성된 것이었다. ‘성경적’ 표기가 아닌 ‘세속적’ 표기에 충격을 받은 슐라플리는 “당신이 신뢰할 수 있는 보수주의 백과사전”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컨서버피디아를 시작했다. “지나치게 진보적인 내용에 기울어져 있는” 위키피디아에 대한 대항마이다.
위키피디아에 대한 슐라플리의 불만 하나를 들어보자. 금년도 매스터스 챔피언인 잭 존슨은 우승후 자신의 우승을 하나님의 은혜로 돌리는 발언을 했다. 그런데도 위키피디아에는 잭 존슨 항목에 이런 언급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이 온라인 백과사전을 6개월동안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현재 수천명에 달하는 독자들과 기고가들이 열심히 글을 올리고 있다. 슐라플리는 시작 이후 지금까지 총 조회수가 1230만번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영어로 된 아티클만 180만건에 달하는 위키피디아에 비해서는 보잘 것 없지만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성경적인 관점을 중시하는 백과사전답게 홈페이지에는 그날그날의 성경구절이 올라온다. 슐라플리는 “우리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원칙들은 고수한다. 그러나 이런 원칙에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사실들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다. 그러다 보니 과학자들이 160만년전 빙하기에 존재한 것으로 보는 ‘홍적세’에 대해, 지구가 생긴지 1만년이 안됐다는 성경적 믿음을 가지고 있는 이 백과사전 운영자들은 “다양한 증거들에 상반되는 이론적 시기일 따름”이라는 설명을 올리고 있다.
또 컨서버피디아는 ‘여성스러움’(Femininity)이란 항목에는 “어린아이 같고 부드러우며 예쁜, 그리고 나긋나긋하고 순종적인 기질”이라는 설명을 달아 놓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젊은이들이 학교에서 중퇴하도록 한층 더 유인하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조치”라고 설명이 돼 있는 등 극보수주의자들의 견해가 반영돼 있다.
이 사이트에 대한 비판자들은 “레이건이나 마가렛 대처 같은 보수정치인들에 대한 내용은 크게 문제 삼을 것이 없지만 과학과 의학과 관련된 내용들, 특히 낙태와 진화론 등에 관한 언급은 대단히 위험하다”며 “우연히 이곳을 방문한 어린학생들이 접한 내용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 들일까봐 걱정된다”는 우려를 표시한다. 하지만 슐라플리는 “내용마다 각주를 달아 놓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각주를 통해 더욱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에 관한 내용을 예로 보자면 이런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 힐러리에 대해 컨서버피디아는 “공직 적합성에 의문을 던지는 심리적 상태, 이른바 임상적 나르시즘으로 고통받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밝히고 있다. 이 내용 밑에는 아무런 각주가 없다. 이런 지적에 대한 슐라플리의 반격 또한 만만치 않다. 자신의 백과사전의 중심 포인트는 어떤 사실들에 대해 학생들이 위키피디아나 학교 도서관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 하자는데 있다는 것이다.
슐라플리는 전세계 필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신뢰할만하다고 판단되는 필자들을 ‘시스템 관리자’로 임명한다. 이 관리자들은 게재되는 내용들을 감독하고 일부 내용들이 변경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사이트 단골방문자들은 “우리 삶과 종교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해 준다”며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보수적이고 기독교적인 입장과 배치되는 내용은 즉각적으로 가차없이 삭제해 버리는 운영시스템을 성토한다. 미시간의 내과의사인 피터 립슨은 “낙태가 유방암의 위험을 높인다”는 컨서버피디아의 내용을 수정하려 수차례 시도했지만 번번히 차단당했다. 그러자 비슷한 경험이 있는 다른 몇몇 필자들과 함께 컨서버피디아를 감시, 비판하기 위한 새로운 사이트 ‘RationalWiki.com’을 시작했다. 컨서버피디아는 에러, 포르노 사진, 그리고 보수주의에 대한 풍자 등을 동원한 밴달리즘에 시달리고 있다. 한 비판자는 “컨서버피디아는 완전 또라이”라고 까지 극언한다. 이런 공격에 대해 컨서버피디아 이용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려는 음모”라는 시각을 드러낸다.
자신들에 관한 기사가 LA 타임스에 보도됐다고 밝히고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 ‘컨서버피디아’(www.conservapedia.com) 홈페이지.
언론사 사이트 뛰어넘는 영향력
온라인 백과사전
네티즌들이 만들어 가는 온라인 백과사전의 영향력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이런 백과사전의 원조는 위키피디아. 이 사이트는 백과사전의 대명사로 여겨져 온 브리태니카 웹사이트를 뛰어 넘은데 이어 주요 언론사 사이트마저 뛰어 넘는 정보사이트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위키피디아 방문자 수치는 154%나 늘어났다.
이같은 온라인 백과사전은 네티즌들이 직접 용어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그 정의를 사이트를 방문한 누구나가 자유롭게 수정 및 편집 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5년으로 당시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워드 커닝햄이 “네티즌들이 협동해서 웹페이지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 시발점이 됐다. 수록된 내용을 편집하는 상근 편집진은 없지만 1,200명의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편집자들이 네티즌들이 올린 자료의 정확성, 저작권 침해 여부 등을 검증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편집자들은 보통 학계의 전문가들이다.
컨서버피디아 창립자 앤디 슐라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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