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꼴레따 언덕에서 반도네온이 한참 울었다
그럴 때마다 남녀가 뱀처럼 서로 얽혔다
바이올린이 현이 따라 울었다
그럴 때마다 남녀는 벌에 쐬인 왕거미가
명아주에 몸 부비듯 했다’
남가주의 대표적인 시인 배정웅씨가 이 시를 표제시로 한 5번째 시집 ‘반도네온이 한참 울었다’(창조문학사)를 펴냈다.(반도네온은 탱고 음악을 연주하는 아코디언 비슷한 악기). 한국문인협회의 해외 한국문학상을 수상한 연작시집 ‘새들은 뻬루에서 울지 않았다’(1999년) 이후에 쓴 작품들을 갈무리한 것이다.
아르헨티나, 칠레 등 남미 나라들을 20년간 바람처럼 떠돌며 살았던 그는 이 시집에서 마음에 음각된 남미 설화와 풍속의 우물 속에서 보편적 정서를 길어 올려 독자들에게 미지의 세계를 공으로 체험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문학평론가 정영자씨는 ‘새로운 신화를 전하는 통신’인 그의 시가 “망향의 넋두리로 전락하지 않고 강인한 자기 성찰과 화가 이상으로 사실적인 이국 풍경 묘사를 통해 진정성을 획득했다”고 평했다.
2002년에 미국으로 재이민한 그는 ‘자바시장의 비둘기’ 등 몇 편에서는 아메리카의 음지도 예리하게 잡아냈다. 그가 한인들의 부평 같은 삶에 천착한 작품으로 미 이민사회의 문화 토양을 비옥하게 하며 뚜벅뚜벅 걸어갈 길이 기대되는 이유다. 서문에 “모국어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고 적은 그는 작품 ‘황홀한 모국어’에서 우리말에 대한 애틋한 사랑도 목청껏 노래했다.
‘매번매번 고향 오듯 되돌아 와서는/ 꼬까울새라는 이름으로/ 몸점박이비둘기 검은바람까마귀 검은이마직박구리/ 장다리물떼새/ 그런 색색의 황홀한 모국어로/ 나같이 시나 쓰는 바보를 더 황홀하게 만드네’
현대문학 추천을 받아 등단한 배정웅 시인은 시집 ‘사이공 서북방 15마일’(1968년)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뒤 지난 40년간 시를 담금질해 했으며, ‘미주 시인’ 발행인을 맡고 있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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