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헌던에 거주하는 진숙 폴슨씨가 큰 일을 저질렀다. 남편 모르게 한 번에 1만달러를 써버렸으니 말이다.
“배고픔이 뭔지 저는 잘 압니다.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외면할 수가 없었어요”
사실인즉 그 돈은 세계 불우아동 후원결연 사업을 위해 진숙씨가 월드비전에 기부한 것이었다. 물론 나중에 가족에게 전후사정을 솔직히 다 얘기했고 남편은 질책이 아닌 따뜻한 격려로 자신을 칭찬했다는 진숙씨의 자랑(?) 아닌 자랑이다.
적지 않은 돈을 배우자의 허락도 없이 척척 쓰면서도 서로 칭찬하는 부부. 여기에는 내력이 있다. 월드비전을 후원하기 전에도 많은 구제 기관을 지원하며 남을 돕는다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이들 부부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진숙씨가 한국서 자랄 때 할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갑자기 어려운 때가 있었다. 5학년이던 당시 단칸방에 가족들이 모여 살며 춥고 배고픈 시절을 보내야 했다.
“일 나가신 부모님 밥을 아랫목에 묻어 놓으면 동생들이 자꾸 그걸 먹으려 하는 거예요. 대신 제 밥을 주곤 했습니다”
88 올림픽 때 서울에 출장을 온 남편을 만나 사귀고 92년 결혼했다. 다행히 남을 배려하는 진숙씨의 마음은 남편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이들 부부가 돕고 있는 단체나 기관은 10여개. 교회 내의 장애인 사역을 비롯해 적십자, 중국의 지하교회 등등 인연이 맺어지는 대로 폴슨 부부는 두 손을 활짝 열었다. 결혼 초부터 크리스천으로서 한 달 수입의 십일조를 꼬박꼬박 내고 있고 집을 언제나 개방해
아빠, 엄마를 닮았는지 아이들도 남을 돕는 일에 적극적이다. 진숙씨는 “큰 돈은 아니지만 아들 녀석이 월드비전을 위해 자기도 돈을 내겠다고 말할 때 기뻤다”며 기특해 했다. 아이들에게 부모의 행동과 생각이 모범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월드비전은 진숙씨보다 남편이 먼저 인연을 맺었다. 이번에 30명을 결연 하기 전 그는 월드비전에서 봉사한 경험이 있다. 더군다나 월드비전이 한국전 고아를 돕기 위해 시작됐고 아내가 한국 사람이니 각별한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진숙씨는 “식당에 가서 30분만 늦게 음식이 나와도 금방 짜증을 내는데 평생을 굶주리며 사는 아이들의 고통이 얼마나 크겠느냐”며 “처음엔 별 생각없이 후원을 결정했다가 나중에 1만달러까지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피부색깔과 언어를 초월한 부부애, 국경을 훌쩍 뛰어넘어버린 인류애가 따뜻한 스토리를 그리워하는 요즘 한인사회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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