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딱’하는 파열음과 함께 타구가 유격수 박진만 앞으로 가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박진만-고영민-이승엽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손에 땀을 쥐었던 경기가 끝나자 송승준(28.롯데)을 필두로 하나같이 손을 하늘로 치켜 뻗고 더그아웃을 박차고 그라운드로 뛰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로 직전 구심에게 스트라이크 판정을 항의하다 퇴장당한 강민호도 쏜살같이 더그아웃을 빠져 나와 어느덧 선수들과 함께 부둥켜 안고 있었다.
23일 밤 베이징 우커송야구장에 태극 물결이 넘실댔다.
베이징올림픽 야구 결승전에서 아마추어 최강 쿠바를 꺾고 사상 첫 금메달을 일궈낸 태극전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마운드에 삼삼오오 모여 어깨를 잡고 환희의 찬가를 불렀다.
김경문 감독과 김광수 수석코치, 김기태 타격, 조계현 투수 코치 등도 더그아웃에서 한꺼번에 어깨를 부여 잡고 마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 광경을 연상케 하듯 괴성을 지르며 금메달의 영광을 자축했다.
엿가락 같았던 구심의 스트라이크 판정 탓에 닥쳐온 위기. 3-2로 앞선 9회 1사 만루의 역전패 고비가 병살타로 아무 일 없이 끝나자 뛰쳐 나오는 선수들이나 이를 지켜봤던 팬들의 감동은 두 배가 됐다.
두산 감독 5년차이나 아직까지 한국시리즈에서 헹가래를 받지 못했던 김 감독은 선수들의 손에 이끌려 마운드로 올라 왔다. 24명 선수들은 힘을 모아 김 감독을 헹가래쳤고 김 감독은 몸을 하늘에 맡기고 모처럼 짜릿한 순간을 즐겼다.
간단한 자축 행사가 끝나자 선수들은 미리 준비한 태극기를 전달 받고 태극기를 펄럭이며 구장을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 1,3루 측에 나뉘어 포진해 있던 대표팀 응원단은 선수들과 혼연일체가 돼 태극기를 서로 흔들며 베이징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13번째 금메달을 축하했다.
2년 전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봤던 장면이 그대로 재현됐다. 당시 일본을 잡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을 확정지은 태극전사들은 그라운드로 뛰어들어와 부둥켜 안고 감격과 환희를 만끽했다.
서재응(31.KIA)이 에인절스타디움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던 장면은 세계 중심부로 당당히 진입한 한국 야구를 상징하는 제스처였다.
8년 전 시드니올림픽 3-4위전에서는 일본을 잡고 당시 대표팀 주장 김기태를 필두로 역시 더그아웃에서 쏟아져 나와 투수 구대성을 붙잡고 환희의 순간을 누렸다.
하지만 각각 4강과 동메달에 그쳤던 당시와 금메달을 딴 이날의 기쁨을 비교할 수는 없었다.
전날 준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눈물바다를 연출했던 선수들은 이날은 우는 이가 한 명도 없었다. 더없이 기쁘고 좋은 날, 한국야구사에 또 하나의 새로운 장이 열린 날 울면 복이 달아날까 그런 모양이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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