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의 고급 상가. 구찌, 버버리 등 세계의 유명 명품 숍들이 즐비하지만 요즘 가장 인기를 끄는 의류점은 따로 있다. 주인의 이름을 딴 ‘미구엘 카발레로’, 방탄복 전문점이다. 전엔 방탄조끼에 한정되었던 패션도 다양해졌다. 방탄 가죽재킷도 있고 방탄 폴로셔츠도 인기 상품이다. 윈드브레이커나 파커는 물론 턱시도에 받쳐 입는 주름 잡힌 흰 드레스셔츠까지 방탄처리된 것이다. 가격은 수백 달러에서 7,000달러까지. 이렇게 비싸다보니 성능 보증은 필수다. 그것도 즉석에서 손님들에게 증명해 보인다. 종업원들이 방탄복을 입고 직접 총을 맞아 보이는 데 모든 종업원들이 순번제로 이 성능보증 임무를 맡도록 되어 있다. “뭐랄까 한 펀치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라고 방탄복을 입고 배에 총을 맞아 보인 한 종업원은 말했다.
가죽재킷에서 파커·셔츠 등 다양
최고 7,000달러까지
범죄 성행에 판매도 급증
종업원들 총 맞아 보이며 성능보장
누가 이같이 패셔너블한 ‘방패’에 수천달러를 지출하는 것일까? 고객 중에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도 있고 영화배우를 비롯한 VIP들이 수두룩하다.
멕시코가 조직 마약범죄와 싸우면서 방탄복 판매는 계속 늘고 있다고 상점 관계자는 말한다. 상점 자체의 경비도 장난이 아니다. 고객이라도 금속 탐지기를 통과해야만 상점에 들어올 수 있다.
밤늦게 병원에서 수술을 마치고 주차장까지 가는 길이 두려워 고객이 된 외과의사도 있다. 그러나 이젠 밤길이 그다지 겁나지 않는다. 만약 강도와 맞닥뜨려 38구경 리볼버나 9밀리 피스톨, 혹은 서브머신 건을 맞는다 해도 그 총알은 가볍고 패셔너블한 그의 코트를 결코 뚫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새벽에 상당액의 현금을 지닌 채 거리에 나서야 하는 신문배급 소장도 얼마 전 들러 방탄재킷을 구입했고 소의 뿔보다는 총알을 더 두려워한 투우사는 총탄을 막아낼 수 있는 방탄 투우복을 특별 주문했다.
멕시코 정치가들과 기업체 임원들도 단골고객에 속한다. 협박을 받고 급하게 달려온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방탄차, 주택알람 설치, 24시간 경호원 등 이미 갖추고 있는 경비의 일환으로 방탄복을 구입한다.
“우린 한 번 더 살 기회를 제공하는 겁니다. 우린 고객들이 범죄자에게 ‘나 한번 쏴 봐’라며 수퍼맨이 되라는 게 아니에요… 총을 맞았을 때 피할 기회를 주는 겁니다”라고 마케팅 매니저는 설명한다.
조직 마약범죄와 몸값요구 납치 등 갈수록 늘어나는 강력범죄는 멕시코인들의 일상을 흔들고 있다. 행인에게 길을 물으려 다가가면 그의 표정은 단박에 공포에 휩싸이는 게 보통이다. 이런 불안한 환경에서 자신과 가족을 보호할 경비대책에 돈을 쏟아 붓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최근 민간부문 경제연구센터 조사에 의하면 사설경비에 들어간 액수는 180억 달러에 달한다. 총기규제는 엄격하지만 암시장에선 총기판매가 성행하며 방탄복 판매 급증도 이같은 추세의 일환이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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