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유럽-한국 美 생산기반 충분..내일부터 상하원 청문회
뉴욕타임스-블룸버그 잘나갈 때 뭐했나..포브스닷컴 빅 3 아닌 자본주의 구하라
미 의회가 자국 자동차 ‘빅 3’를 구제할지 여부에 관한 청문회를 18일(이하 현지시각) 시작하는 가운데 아시아와 유럽 메이커들의 현지 공장이 다수 위치하고 있는 미국 남부주 상원의원들이 빅 3가 없어도 자동차 산업이 유지될 수 있다며 구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력히 표명함으로써 귀추가 주목된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의회가 승인한 금융구제기금 7천억달러에서 250억달러를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및 크라이슬러의 빅 3에 긴급 지원해 이들이 망하지 않도록 하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와 민주당이 노력에 정면 제동을 거는 것이다.
백악관과 공화당도 이 방안에 반대하면서 대신 의회가 앞서 승인한 250억달러의 ‘클린카’ 지원 프로그램에서 자금이 전용될 수 있도록 의회가 신속한 조치를 취하라고 압박해왔다.
민주당안이 의회, 특히 상원에서 통과되려면 일부 공화당 의원의 동조가 필요하나 현재 분위기에선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이번 ‘레임덕 회기’에 통과되지 못할 경우 민주당이 지난달 선거에서 상원 의석을 늘리기는 했으나 공화당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막을 수 있는 60석에 여전히 못미치기 때문에 새 의회에서도 공화당의 협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모두 공화당 소속인 알라배마주의 리처드 셸비, 제프 세시언스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제임스 드민트 상원의원들은 ‘빅 3가 없다고 미국 자동차 산업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했다.
세시언스 의원은 지난 11일 블룸버그-TV 회견에서 앨라배마의 자동차 산업 기반이 탄탄하다면서 따라서 빅 3가 설사 무너진다고 해서 세상의 끝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야겠다고 말했다.
셸비 의원도 17일 CBS-TV의 ‘페이스 더 내이션’ 프로그램에 나와 매일 기업이 문을 닫고 그 자리를 다른 기업이 채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빅 3의 장래를 시장 논리에 맡기는 것이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이들 상원의원의 발언은 민주당 구제안을 놓고 상원 금융위원회가 18일, 하원 재무위원회가 19일 각각 청문회를 열기에 앞서 나왔다. 청문회에는 GM의 릭 왜고너와 포드의 앨런 물랄리 최고경영자(CEO)도 참석할 예정이다.
민주당안은 하원 재무위원장인 프랭크 바니와 자동차 ‘허브’인 미시간주 출신의 칼 레빈 상원의원이 공동 입안했으며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민주당의 해리 라이드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맥도넬을 만나 민주당안이 표결에 회부되도록 협조할 것을 요청했으나 공화당이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사용할지 여부를 확답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드민트 상원의원실 관계자는 17일 민주당이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는 하원에서 자동차 긴급지원안이 통과될 경우 상원 차원에서 수정안을 제출하는 식으로 견제하겠다고 밝혔다. GM과 도요타 공장이 가동되고 있는 텍사스주 출신의 존 코르닌 상원의원도 지난 14일 민주당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앨라배마주에는 독일 다임러가 2개 조립 공장을, 혼다와 현대가 1개씩 현지 생산공장을 가동시키고 있으며 BMW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 1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BMW 현지 공장에는 4천500명의 미국인이 고용돼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GM과 포드의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GM이 지난 3.4분기에도 42억달러의 손실을 내 2004년말 이후 누적 손실이 근 730억달러에 달했다고 전했다. 포드도 3.4분기 매출이 22% 줄어들면서 손실이 29억8천만달러에 달했다. GM측은 이 추세로 가면 연말까지 버틸 수 있는 현금이 바닥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미시간주 앤아버 소재 센터 포 오토모티브 리서치의 지난 4일자 분석에 따르면 GM이나 포드 가운데 한 곳이라도 무너질 경우 간접 고용된 인력 140만명을 포함해 미국인 25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지적됐다.
백악관과 공화당의 이 같은 견제는 ‘빅 3가 비올 때를 대비하지 않았다’는 자성론이 미국에서 확산되는 것과 때를 같이 한다.
블룸버그는 17일 자성론을 전하면서 빅 3가 아시아에서 팔리지 않는 자동차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에서 미제차가 잘 팔리지 않는 것이 관세와는 무관하다면서 품질이 떨어지고 혁신 노력도 하지 않고 연비도 엉망인데 누가 그런 차를 사겠느냐고 반문했다.
포브스닷컴에 실린 칼럼도 미 정부가 빅 3가 아닌 자본주의를 구제하라고 냉소적으로 비판했다. 칼럼은 이어 지난 80년대까지 빅 3는 사실상 아무런 경쟁자도 없었다면서 그래서 그들의 영혼을 노조에 팔았다고 강조했다.
뉴욕 타임스도 17일 빅 3가 몰락할 경우 미국 현지 공장을 갖고 있는 일본과 독일 및 한국 업체들이 빈자리를 빠르게 채우면서 미국 자동차 산업을 좌우하게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빅 3가 무너질 경우 미 제조업에 큰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 외국 메이커가 현지 생산을 늘려 빈자리를 채우게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GM이 무너질 경우 포드와 함께 도요타, 혼다, 닛산, 폴크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BMW 및 현대-기아가 새로운 왕좌를 놓고 각축하게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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