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래(tㆍ28)가 혼혈의 아픔을 노래한 ‘검은 행복’을 부르며 노래 중간 ‘뮤직!’이라고 외치자 미국 R&B 스타인 존 레전드(본명 존 스티븐스ㆍ31)는 ‘뮤직!’이라고 따라 외치며 팔을 머리 위로 들어 흔들었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도 리듬을 타며 함께 음악을 즐겼다.
29일 첫 내한 공연을 앞둔 레전드가 28일 저녁 서울 강남구 역삼동 뱀부하우스에서 열린 ‘불우이웃 어린이 돕기 자선행사’에 참석했다.
국내 보육 시설을 돕고, 아프리카 가난 구제를 위해 설립한 레전드의 ‘쇼 미 파운데이션(Show Me Foundation)’ 자선기금 마련을 위한 자리로, 레전드는 약 80명의 관객 앞에서 미니 공연을 펼쳤다.
스티븐스 대사는 축사에서 의미있는 자리에 참여한 레전드와 윤미래에게 감사한다며 1970년대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와 심은경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30년 만에 온 한국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발전했다. 판소리 등 한국의 음악도 강한 힘이 있다고 말했다.
또 레전드를 향해서는 나와 레전드는 공통점이 있다며 스티븐스라는 이름은 스펠링이 다양한데, 레전드의 본명이 나와 스펠링이 같은 스티븐스(Stephens)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레전드는 노래를 부르던 중 스티븐스 대사를 향해 나의 친척(Cousin)이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이날 공연은 윤미래가 남편인 타이거JK, 래퍼 비지와 함께 ‘삶의 향기’와 ‘검은 행복’을 부르며 시작해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국내 가수 중 드물게 흑인 뮤지션 같은 파워로 랩을 하는 윤미래가 깊은 목소리로 랩을 쏟아내자 레전드는 귀를 기울이며 고개를 흔들었다. 공연에 앞서 대기실에서 윤미래와 만난 레전드는 프리스타일 랩을 하며 인사를 나눈 후, 29일 공연에 게스트로 참석해 함께 노래해 줄 수 있느냐고 깜짝 초청했다. 레전드는 윤미래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랩과 보컬이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그래미 수상자인 레전드가 검은 그랜드 피아노를 치며 히트곡을 노래한 대목이었다.
관객들이 피아노 주위를 죽 둘러선 가운데, 짙은 회색 정장을 입은 레전드가 수려한 손 움직임으로 건반을 오가며 감미로운 음색으로 노래를 시작하자 관객들은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이 믿기지 않는 듯 숨죽이며 경청했다.
한국에서 첫 공연을 열게 돼 기쁘다는 레전드는 ‘세이브 룸(Save Room)’,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 ‘굿모닝(Good Morning)’, ‘이프 유어 아웃 데어(If You’re Out There)’ 등 네 곡을 잇따라 선사했다. 그가 오른손을 건반에서 떼며 노래가 끝났음을 알릴 때마다 환호와 휘파람, 박수가 쏟아졌다.
리쌍의 개리는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보물같았다고, 타이거JK는 바로 눈앞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게 돼 기쁘다. 그의 앞에서 노래하니 떨리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니 콘서트가 끝난 후 연합뉴스와 만난 레전드는 아프리카 등의 소외된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열린 자선행사였다며 첫날 반갑게 맞아 준 관객들에게 감사하며 한국 음식이 감동적으로 맛있었다. 첫 내한 공연에서는 지난해 발표한 새 음반 수록곡과 커버곡 등을 노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가 이날 노래한 ‘이프 유어 아웃 데어’가 미국 대선 과정 오바마가 소속된 민주당의 공식 캠페인 송으로 사용됐을 정도로 오바마 지지자인 그에게 오바마가 취임 후 국가를 잘 운영하고 있는 것 같냐고 묻자 그는 취임한 지 60일 밖에 안됐지만 오바마는 기대한 만큼 나라를 잘 이끌고 있다며 그는 참을성이 많은 사람인데 분명 성공할 것이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윤미래는 레전드와 함께 공연한데 대해 레전드는 올드 팝과 지금의 트렌드를 잘 접목한 음악으로 고른 연령대의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며 돈을 벌기 위해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음악 자체를 즐기며, 자기만의 확실한 색깔을 가진 뮤지션이어서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날 자선공연에서는 약 1억원의 기금이 모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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