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공자(孔子)가 4명의 제자들에게 등용됐을 때 할 일을 말해 보라고 했다. 저마다 포부를 밝혔다. 3년 만에 나라의 정치를 바로 잡겠다 등등, 제자들은 나름의 치세경륜을 밝혔다.
잠자코 대화를 듣고만 있는 증석(曾晳)에게 공자가 ‘너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늦봄이면 봄옷으로 갈아입고 젊은이 대여섯과 동자 예닐곱을 데리고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을 쐬고 노래를 부르며 돌아오겠습니다.”
다른 제자들의 말에는 말없이 웃기만 했던 공자가 감탄하면서 증석의 의견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논어(論語) 선진(先進)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바삐 돌아간다. 속도와 효율이 21세기의 덕목이라고 했던가. 돈에, 시간에 하루하루를 쫓기듯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대인의 삶이다.
이민 생활이라는 것이 더 그렇다. 시간에 쫓긴다. 페이먼트에 허덕인다. 누가 그랬나. 이민 생활은 프리웨이 인생이라고.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속도를 늦추면 자칫 추돌 당할 수 있는 그런 삶이라는 이야기다.
하기는 영화 ‘스피드’를 방불케 하는 삶이다. 시속 80마일의 속도로 버스가 달린다. 그 속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버스는 시한폭탄이 장착돼 있어 폭발하게 돼 있다. 그러니 달릴 수밖에 없다.
급하게 서두르는 삶이다. 정신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바쁘기만 한 삶이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다. 그러다 보니 가족, 친지 등 소중한 사람들과 평생 잊지 못할 추억하나 만들지 못한다.
한 시인은 말한다. 적당한 쉼, 열심히 일하는 중에 갖는 적당한 쉼은 축복이고 행복이라고. 시인의 말은 이렇게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인생의 악보에는 쉼표가 없어서 연주자인 내가 직접 쉼표를 찍어가며 연주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음악의 쉼표, 그림의 여백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듯 우리네 삶 또한 쉼표와 여백이 있어야 인생이 완성된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메모리얼데이 연휴가 눈앞에 다가왔다. 불경기 가운데 맞는 모처럼의 황금연휴다. 그래서인가. 그 시간의 여백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하여튼 일상에서 떠나는 거다. 그리고 삶의 쉼표를 스스로 찍어보는 거다. 보다 풍요로운 내일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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