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필로 기름종이에 글씨를 새긴다. 그리고는 수작업을 통해 등사판으로 한 장씩 찍어낸다. 이렇게 밤새 만든 유인물을 몰래 벽에 붙인다. 그리고 거리거리에 살포한다. 한세대도 전 한국의 상황이다.
모든 정보가 차단돼 있다. 유언비어만 난무한다. 그런 상황에서 유인물이 나돈다. 시커먼 잉크 투성이의 상당히 조야한 수준의 유인물이다. 그래도 엄청난 폭발력을 지녔었다. 진실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그 등사판이 카피머신으로 바뀌면서 상당히 빠르게, 그것도 대량으로 전단제작이 가능해졌다. 87년 ‘6월 항쟁’때의 상황으로, 저항운동에 뉴미디어가 적극 활용되면서 한국의 군부통치 시대는 결국 막을 내린다.
대중에게 혁명의 기수 호메이니의 존재를 알려라. 그 대중이 그런데 대부분이 문맹이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육성을 들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채택된 게 카세트테이프다. 이란의 팔레비 정권을 무너뜨린 회교 혁명은 그래서 카세트 혁명으로도 불린다.
자유의 소리가 전해진다. 전파를 타고 전해지는 것이다. 그 자유의 소리가 결국 공산체제를 무너뜨렸다. 벨벳 혁명으로 불리는 동구의 자유화는 그래서 라디오 혁명으로도 불린다.
불발로 끝난 중국의 민주화 운동에서는 팩스가 큰 몫을 차지했었다. 시시각각 급변하는 사태를 중국의 대학생들은 팩스로 주고받았고, 또 서방세계에도 알렸다. 그 팩스는 불과 수년 후에는 러시아에서 저항운동의 뉴미디어로서 그 효용성이 입증된다.
공산당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공항이 폐쇄되고 방송사가 점령됐다. 역사는 멈추는 듯했다. 그러나 팩스가 있었다. 팩스를 통해 정보가 전달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 피플 파워 앞에 공산당은 결국 주저앉았다.
등사판이 있었다. 카세트가, 카피머신이, 팩스가, 그리고 라디오가 있었다. 그 다음 등장한 것이 인터넷이다.
국내 언론을 완전히 장악했다. 외신기자를 추방했다. 위성방송을 차단했다. 그래도 수 백 만 이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시위대를 향한 발포 소식도 실시간대로 전해진다. 이란이 맞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이 이를 가능케 하고 있나. 인터넷 트위터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문 메시지만 보내는 게 아니다. 휴대전화기로 찍은 시위현장의 참상이 영상으로 전해진다.
급기야 민주화를 외치던 한 10대 소녀가 민병대 총에 맞아 절명하는 장면의 동영상이 인터넷을 타고 전 외부로 전달되면서 전 세계 여론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 이슬람 신정체제의 이란은 세계를 하나로 엮은 인터넷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 싸움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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