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이 진노했다. 그 진노의 파장을 따라 은밀한 검거선풍이 불었다. 야당의 중진들이라고 해야 하나. 대권지향 야당 거물들의 가신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정치인들이 붙들려갔다.
어르신의 심기가 보통 상한 게 아니다. 때문에 권력의 하수인들은 무리수를 뒀다. 일을 있지도 않은 역모(逆謀) 비슷하게 몰아나간 것.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자백이었다. 그래서 고문 기술자들이 동원됐다.
이른바 ‘짜기 작업’이 시작됐다. 1단계. 안 통한다. 자백을 강요받을 수 없었다. 2단계. 그래도 소용이 없다. 3단계. 이를 악물며 버틴다. 아니, 더 처절하게 저항해온다. 그 뚝심에, 그 기개에 고문기술자들이 오히려 겁을 먹었다.
그리고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런 투사들이 보스로 모시고 있는 야당 지도자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경외의 감마저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일은 유야무야 없었던 것처럼 덮어버렸다는 것이다.
야사(野史)식으로 전해지는 제 3공화국 비사의 하나다. 그 대권지향의 야당 거물은 YS와 DJ다. 엄혹한 유신(維新)통치시절 양 김이 이끈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한 에피소드다.
한 사람은 국내에서, 다른 한 사람은 국외에서 민주화 투쟁의 선두에 서서 결국 유신체제의 종말을 이끌어 냈다.
“대한민국의 비극은 다른 데 있지 않다. 70대 고령인 3김의 건강이 40대 못지않다는 데 있다.” 한 때 민주화의 화신으로 추앙 받던 YS와 DJ, 그리고 JP에 대한 비아냥거림이었다.
10.26 이후 찾아온 ‘서울의 봄’때 두 사람은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분열로 기울었다. 그 대가가 군사쿠데타다. 그리고 8년 후 찾아온 대통령 직접선거에서도 후보단일화를 이루지 못했다.
그 YS와 DJ, 거기다가 JP까지 합세해 이들이 계속해 주도하고 있는 90년대 한국의 정치판에 대한 자조의 푸념이 이런 식으로 분출됐던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정치인으로서 공(功)과 과(過)가 뚜렷하다는 게 아닐까. 민주화를 앞장서서 이끌었다. 분명한 공이다. 지역갈등 심화에 한국 정치시장의 독과점화, 다시 말해 떼거리 정치판을 고착시켰다. 이는 부정적 유산이다.
YS가 투병중인 DJ를 찾아갔다. 전 대통령이 또 다른 전 대통령의 병문안을 간 것이다. 이 자리에서 YS는 두 사람 관계가 화해를 이루었다고 말했다. 대권이란 큰 떡을 놓고 갈라진지 20여년만의 화해선언이다.
이 두 사람이 진작 화해를 했었다면…. 이제 와서는 부질없는 질문으로, 새삼 느껴지는 건 인생무상에, 권력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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