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파동과 달리 모범적 운용사례 적지 않아
펑크 계원 불입금 대신 내가며 완주시킨 K씨
지나친 이자 쓰면 되레 깎으며 안전도모 O씨
자신 소개로 든 지인의 손해까지 책임진 S씨
캘리포니아주 수피리어법원 산타클라라카운티 지원에는 계와 관련된 소송이 여러건 계류중이다. 해당법원의 소송공시 목록에서 본보가 확인한 것만 해도 7건이다. 원고나 피고는 주로 실리콘밸리 한인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샌프란시스코 재팬타운 88비디오 여사장 소피아 강씨가 거액의 사채와 곗돈을 가로채 잠적했다. 강씨에 대한 법적 대응을 위해 피해자들이 공개리에 집계한 피해액만 300만달러를 넘는다. 주로 샌프란시스코와 이스트베이 한인들이 피해를 입었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계파동(소피아 강씨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은 ‘계파동’이 아니라 ‘계사기’라고 주장)에 한인사회 반응은 다갈래다. 또 계파동이냐는 시큰둥한 반응도 있고, 법적 제재는 어렵다 하더라도 악덕계주나 얌체계원이 한인사회에서 활보할 수 없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전자가 ‘숱한 부작용 때문에’ 계 자체를 다소간 불온시하는 입장이라면, 후자는 ‘숱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계가 한인사회 서민층의 유력한 재테크 관행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건전한 계운용을 위한 일벌백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후자의 입장을 가진 이들이 거의 빠짐없이 거론하는 것이 있다. 사고가 난 계만 언론에 보도되고 세인들 입을 타기 때문에 계 자체가 사고뭉치인 것처럼 인식되기 쉽지만 실은 본래의 취지대로 잘 운용되는 계도 많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 취재 과정에서도 몇몇 계 긍정론자들은 “깨고 떼먹고 도망친 사람들 얘기만 쓰면 다른 사람들(현재 진행중인 다른 계의 계원들)에게 은근히 악영향을 줘 잘되는 계까지 흔들릴 수 있다”며 “건전하고 책임있게 (계를) 한 사람들 얘기도 실어달라”고 주문했다.
이들이 거론하는 ‘안전운행 모범사례’는 여럿이다. 모단체 이사장을 지낸 K씨(샌프란시스코 거주)는 그중 한명이다. 십수년동안 계를 해오면서 단 한번도 사고를 내지 않은 그는 계를 시작할 때는 물론 정기적으로 계원모임을 열어 낙찰과정도 공개한다고 한다. 유령계원이나 유령낙찰자가 발붙일 틈이 원천봉쇄되는 것이다. K씨의 계가 무리없이 굴러온 것만은 아니다. 곗돈을 탄 뒤 불입금을 내지 않는 얌체계원들이 생기는 바람에 한달에 이삼만달러씩 K씨가 메꿔가며 힘겹게 완주시킨 계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이스트베이 한인들이 많이 가입된 계를 굴리고 있는 또다른 K씨 역시 유사한 일처리로 안전계주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자주 계원모임을 열어 계주와 계원, 계원과 계원간 돈거래 이전에 인간적 신뢰쌓기에 많은 공을 들인다고 한다.
이스트베이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O씨도 보증수표 계주로 통한다. 그의 안전운행 기법 중 독특한 것은 낙찰을 받으려고 이자를 무리하게 쓸 경우 낮추도록 ‘강권’하고 그 계원의 사정을 들어 곗돈을 태워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다른 계원들을 납득시킨 뒤 적정한 이자로 태워준다는 점이다. 이는 우선 타고보자는 심리가 발동해 무리한 이자를 써냈다가 막상 타고나면 딴생각이 스며들 가능성을 줄여주는 걸름장치다. 계원들을 장악하는 그의 카리스마도 한몫한다. 한인사회 ‘젊은 유지’ 행세를 하던 L씨가 몇년전 ‘돈 사고’를 낸 남편과 함께 도망치다시피 한국으로 가면서도 O씨가 계주인 곗돈만은 잔금 몇달치를 다 치르고 떠났을 정도다.
계원들 중에도 모범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실리콘밸리의 사업가 S씨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줄줄이 깨진 계에다 계주에게 꿔준 돈까지 합쳐 수십만달러 손해를 봤으면서도 그는 자신이 소개해 계를 든 지인의 피해를 보상해줬다고 한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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