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독서의 계절에 사두었던 책이 몇 권 있었다. 연말에 몰아서 읽으려고 책상 위에 잘 쌓아두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선물로 여기저기서 책 선물을 받게 된 것이다. 베스트셀러, 수필집, 기독교 서적, 그리고 자서전까지.
승욱이 엄마가 책을 많이 읽는 줄 알고(사실 책에 대한 욕심이 많긴 하다. 그렇다고 책을 많이 읽는 건 아니다. 그저 쌓아 놓는 것을 좋아할 뿐) 좋은 책들을 엄선해서 선물로 받게 되었다. 책상 위에 있던 책들을 침대 위 베개 옆에 쌓아두었다. 베개 높이보다 책이 더 쌓여 있다.
아침에 눈뜨면 책 제목들이 나를 째려보고 있다. 저녁에 잠자려고 누우면 책 제목들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게다가 책을 선물로 준 지인들은 책 잘 읽었냐고 확인까지 하니 책을 빨리 읽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아이들 재워놓고 밤 10시부터 읽기 시작한 책은 2시, 3시를 훌쩍 넘겨 잠을 못 이루며 책장을 넘기고 있다.
영화를 보러가도 15분을 넘기지 못하고 잠이 드는 내가 책은 오래 집중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다. 일단 책을 보면 생각을 깊이 할 수 있어서 좋고, 말을 하지 않아서 좋고,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칠 수 있어서 좋고, 마지막으로 글쓴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서 좋다.
승욱이가 온 주말에 침대 위에 책이 쌓여 있으니 승욱이가 더듬거리며 책장을 넘긴다. 당연히 점자책이 아닌 것을 알고는 바닥으로 책을 밀어버리는 것이 영 마음에 걸린다.
집에는 승욱이가 볼 수 있는 점자책이 몇 권 없다. 몇 달 전에 승욱이 학교 교장선생님에게 졸라서 점자기를 빌려왔는데 아직까지 점자기로 글을 써주지 못하던 참이다.
엄마만 신나서 책을 읽고 아들은 나몰라라 하고 있으니 점자기 위에 덮어 놓은 덮개가 왠지 슬퍼 보인다.
이번 주말에 승욱이가 오면 같이 점자기를 쳐볼 생각이다. 하도 오래 전에 점자를 배워서 여간 서툴지 않겠지만 우리아들도 나처럼 글을 읽는 즐거움을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지난 2주간 1년치 읽어야할 책을 모조리 읽은 것 같다. 이젠 승욱이에게 달밤에 책 읽기를 전수할 때가 온 것 같다. 밤늦게 책 보면 눈 나빠진다는 친정엄마의 잔소리를 우리 아들에겐 할 필요가 없다. 달밤에도 승욱이는 얼마든지 글을 읽을 수 있는 신체조건(?)을 가졌으니 말이다.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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