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밤은 그 어느 때보다 길었다. 김연아. 이 앙증맞은 피겨 퀸의 동작 하나하나에 숨을 죽였고, 혹여 실수라도 할까 모두들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긴 밤의 정적은 환호와 함께 깨졌다. “와~ 김연아 만세!”
23일, 24일은 그야말로 김연아의 날이었다. 경기가 열린 23일, 한인사회는 낮부터 온통 김연아의 ‘밴쿠버 007’에 쏠려 있었다.
본보에는 김연아의 경기 시간과 중계 여부를 묻는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직장인들은 일찌감치 퇴근, 집에서 가족들과 TV 앞에 앉았다. 애난데일의 식당가나 술집은 평소보다 한산한 분위기였다. 일부 젊은이들은 친구들과 김연아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대형 TV가 설치된 식당가를 찾기도 했다.
한식당 ‘외갓집’의 이범선 사장은 “평소보다 손님들이 줄었다”며 “미국인 손님들도 김연아 경기에 채널을 고정시켜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피겨와 김연아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NBC로 채널을 고정시킨 한인들은 김연아가 나올 시간인 밤 11시를 기다렸다. 마침내 화면에서 한국의 고궁과 전통문화를 보여주며 김연아를 집중 조명하자 TV 앞의 한인들은 모두 자긍심에 가슴 뿌듯해 했다.
첫 순서는 숙명의 라이벌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 트리플 악셀을 계속 성공시킨 아사다 마오가 73.78점을 받으며 1위로 부상하자 여기저기서 짧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드디어 세계의 요정, 김연아가 링크에 등장하자 사람들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숨을 죽이고 경기를 지켜봤다. 김연아의 첫 번째 점프가 성공한 순간에는 긴장했던 사람들 사이에 짧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모두들 마음속으로는 “김연아 파이팅”을 외치고 외쳤다. 환상적인 연기가 끝나고 김연아가 합계 78.50점을 받아 1위를 차지하자 그제야 마음 졸인 사람들 얼굴 가득히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락빌의 김미선 씨는 “아이들과 함께 경기를 보며 제발 실수하지 말아달라고 마음속으로 빌었다”면서 “김연아의 자신만만하고 너무 예쁜 모습에 넋을 잃고 봤다”고 웃었다. 다음날인 24일도 한인들은 김연아 이야기로 화제의 꽃을 피웠다. 한인들이 2명 이상 모인 곳에서는 어디서든지 김연아 이름이 떠나지 않았다. 버크의 정영주 씨(직장인)는 “어젯밤에는 감동으로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면서 “직장에 출근해보니 너도나도 김연아 때문에 기분 좋은 표정들이었다.”고 말했다.
식당가에서도 화제는 온통 김연아였다. 애난데일 소재 퓨전 레스토랑 ‘미소’의 한 종업원은 “테이블마다 모든 손님들이 김연아만 이야기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한인들은 김연아가 2세들에 자부심을 안겨주고 대한민국을 홍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훼어팩스의 이석희씨는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고 1위를 하니 가슴이 너무 벅차고 한국 선수인 게 자랑스럽다”며 ”아이들도 학교에 가서 친구들한테 김연아가 코리안임을 자랑할 것이라고 해 더 뿌듯했다“고 말했다.
베데스다의 조준용씨는 “김연아는 한국 정부나 정치인들이 10년을 해도 못할 대한민국 홍보를 했다”며 “불경기로 실의에 젖은 한인들에 용기와 힘도 함께 불어넣어 주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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