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아들을 둔 김모씨(훼어팩스 거주)는 얼마 전 집 청소를 하다가 아들 방 옷장에서 마리화나를 발견하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중고생 청소년들이 마리화나 등 마약에 쉽게 노출돼 있다는 말은 자주 들었지만 모범생으로 불리던 아들까지 마리화나를 숨기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 김 씨는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속만 끙끙 앓고 있다.
메릴랜드 지역 고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40대의 이모씨. 최근 이씨의 집 뒷뜰 덱(Deck)에서 10여명의 틴에이저들이 몰려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이웃의 신고(?)전화를 받고 혼비백산했다. 직장에서 급히 집으로 돌아간 이씨는 아들을 야단치고 혼냈지만 여전히 걱정이 태산이다. “방학 후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아들이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담배를 피웠다는데 마리화나를 한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여름방학이 시작된 후 자녀들의 마리화나와 음주 문제로 속앓이 하며 상담기관을 찾는 한인 부모들이 부쩍 늘고 있다. 방학을 맞아 아이들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 마약 등 문제가 부모들에게 노출되면서 자녀와 부모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
실제로 워싱턴 가정상담소(이사장 이정화)와 워싱턴 청소년재단(이사장 김재동 목사) 등에는 7월 들어 한인 학부모들의 ‘어찌 하오리까’ 상담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방을 청소하다 마약을 발견한 케이스가 가장 많으며, 자녀의 행동이 평소와 다른 것을 눈치 챈 부모들이 아이를 다그치다 마약 복용을 발견한 경우, 방이나 몸에서 마리화나 냄새가 나 소지품을 뒤지다 발견되는 경우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워싱턴 청소년재단 박상원 프로그램 디렉터는 “대부분의 한인 학부모들은 ‘설마 내 아이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는데 마약문제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부모들이 자녀들과 오픈된 대화 통로로 마약의 위험성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하며 주의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재단은 지난 5월에 이어 오는 9월 ‘청소년 약물 남용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훼어팩스 카운티에서 활동하는 배기정 라이선스 보유 카운슬러는 “학부모님들이 생각하는 정도 이상으로 어린 청소년들이 쉽게 마약에 빠질 수 있는 유해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며 “마리화나 등 약물 중독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아예 처음부터 시작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자녀와 자주 대화하고 행동을 살필 것 ▲마약 예방 세미나 등에 자녀와 함께 참여할 것 ▲여름 캠프 등에 참가할 것 등을 강조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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