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뭐예요?” 하고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나에게, 인터뷰를 하시던 한국일보 기자분이 마지막으로 물으셨다. 수학이나 공학을 전공하겠다고 얘기한 내입에서 내가 생각해도 정말로 엉뚱한 답이 튀어 나왔다.
“고아들로 합창단을 만들어서 찬양 선교를 하고 싶어요.”
어릴적부터 교회에서 지휘하시는 아빠, 피아노 반주를 하시는 엄마를 보면서 자라긴 했지만, 딱히 음악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어느덧 꿈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나보다.
하지만, 고등학교때 이민을 와서 소심한 영어를 하고 있는 터라, 대학가서 상대적으로 만만한 수학과 물리를 들었다. 그러면서도, 내자신에게 휴식은 선물해야겠기에, 학교 합창단에 들어갔다.
나의 첫번째 멘토이신 Dr. Albert McNiel교수님은 오디션때, 내가 한국과 이곳 고등학교에서 지휘 경험이 있었던걸 아시곤, 어느날 합창단 연습도중, 내이름을 호명하시더니 교가를 지휘하게 하시는 거였다. 그때까지 노래 부를 때 이외에는 과묵하고 수줍게만 지내던 내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150명의 합창단원 앞에서 거침없이 지휘를 해버렸다.
교수님은 대학원생과 졸업반들만 들을수 있는 합창 지휘 수업에 겨우 2학년인 나를 허락하셨고, 수업 첫날, 난… 어떤 사명으로 이땅에 태어났는지를 알거 같은 전율을 느꼈다. 물을 만난 물고기마냥 수업들으러 가는 아침이 늘 즐겁고 행복했다. 한달 후쯤, 교수님은 나의 인생 진로를 완전히 바꿔 놓으셨다.
내게 주어진 달란트를 열심히 사용할때 그 열매는 훨씬 탐스러울걸 장담하신다며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라고 하셨다. 교수님의 방을 나오면서, 난 벌써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을수가 있었다. 마음의 지도를 따라 음악으로 전공을 바꾸고 대학원 가서 지휘를 공부한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바삐 사는 동안 가라 앉아 있었던 꿈이 Heavenly Voices Choir를 시작하며 20년만에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40이 넘는 나에게 이제는 꿈이 뭐냐고 물어봐 주는 사람은 없다.
내가 스스로 물어야 할때인거 같다. 주위의 작은 소리나 예상치 않은 상황에도 놀라거나 출렁거리지 않고 뚜벅뚜벅 잘 걸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그러한 꿈이 이제는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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