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의 정점에서 시작의 소리를 듣습니다. 새로운 일련의 시작은 기적임을 감사하면서 소망과 기대로 마음과 두 손을 모아봅니다.
창살에 부딪히는 비바람 소리에 이불자락속이 꿀단지처럼 여겨지는 이른 새벽입니다. 30년 만에 오신 강추위는 한반도 곳곳을 강타하고 영동지방의 적설량도 만만치 않다는 소식을 듣노라니 어릴 적 고향집 생각이 납니다. 흰 눈이 내리고 문풍지가 바람에 울어대는 한겨울 내가 살던 시골집에는 부엌을 지나 광을 가로지르는 곳에 커다란 무쇠 솥을 놓은 솟거리 화덕이 있고 장작불이 타는 시루에서는 항상 김이 무럭무럭 오릅니다. 떡판과 평상 위에는 볶은 콩가루 고명을 뒤집어 쓴 손바닥 크기의 생강엿, 땅콩엿 그리고 쌀엿들이 굳어지기를 기다립니다. 부엌에서 이것저것 지시 하시던 할머니의 손놀림이 분주해 지시면 나도 궁금하여 부엌 문지방을 넘나들며 기웃거립니다. 그러면 아무도 몰래 내 입에만 쏘옥 음식들을 넣어주시곤 하시던 할머니의 젖은 손이 생각납니다. 이렇게 외할머니께서는 집안에 늦게 태어난 나를 끔찍이도 사랑하셨습니다.
서울서 고등학교 다닐 때 일입니다. 할머니께서 나를 돌보아 주시기 위해 함께 서울로 오시게 되였습니다. 철없이 빨리 서울사람이 되고자 하는 나에게 할머니는 참으로 큰 Handicap같이 느껴졌었습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이면 할머니는 의례히 우산을 들고 Bus 정거장 까지 나오셔서 기다리십니다. 친구들과 좀 놀다가 올 때에도 나는 기다리시는 할머니 때문에 전혀 재미가 없었고 Bus에서 내리면서 할머니를 보는 순간부터 나는 신경질을 내고는 할머니 보다 몇 걸음 앞서 집으로 갑니다. 집에는 새로 차려진 밥상과 아랫목 이불속에 따듯한 나의 밥그릇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을이면 밤을 넣고 여름이면 햇콩들을 넣는 정성이 가득한 밥이었건만 투정을 해가며 할머니 마음을 많이 아주 많이 아프게 해드린 것이 가슴 아파서 견딜 수 없습니다. 40여 년 전 한국을 떠나 올 때도 내가 쓰던 은수저와 놋 합을 옷 가방 속에 넣어 주셨다고 심술을 부리며 끄집어 내놓고 그것이 할머니와의 영원한 이별이 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하였습니다. 철없는 손녀딸의 거침없는 무례한 행동에도 늘 잔잔한 미소로 나를 품어 주셨던 할머니, 이제 할머니는 영원히 뵐 수 없지만 할머니 등에서 듣던 자장가 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히 들려옵니다.
“금자동아 은자동아 채색 비단 오색 동이 만첩 산중 옥포동이,
나라에는 충신동이, 부모님께 효자동이, 형제간에 우애동이,
친구간에 화목동이 자장 자장 우리아기 자장 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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