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레즐리 맨빌·가운데)가 자기를 초대한 톰(짐 브로드벤트)과 제리(루스 쉰)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5개 만점)
일상의 희로애락, 그곳에 행복이…
평범한 이들의 정감 가는 삶 잔잔히 그려
소시민들의 일상의 희로애락을 사실적이요 정감 있게 다루는 영국의 명장 마이크 리(‘비밀과 거짓’ ‘인생은 달콤해’ ‘해피-고-럭키’)의 또 하나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관한 소품 묘사로 내 이웃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가깝고 절실하다. 그리고 유머와 위트도 있어 우습기도 하다.
리는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들과의 토론을 거쳐 각본을 써나가는 감독으로 그의 이런 독특한 서술방식과 앙상블 캐스트의 즉흥적 연기와 대사 때문에 내용이나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아주 자연스럽다.
물론 리의 영화는 말이 많은데 그 말들은 현학적이거나 과장되지 않은 우리들이 일상에서 하는 별 의미도 없는 그런 말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리는 이런 말들 가운데서 우리들이 살면서 겪는 고독과 사랑과 좌절 그리고 행복에의 기대와 희망 같은 것들을 지나가듯이 언급하고 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분위기가 해 저물어 가듯이 쇠락하고 울적하며 또 삶의 혜택을 제대로 못 받은 고독한 사람들이 나오지만 결코 절망적이지가 않고 구름 속을 뚫고 나오는 햇볕 같은 밝고 따스한 기운을 느끼게 된다. 특히 인간의 친절을 티 안내고 찬양한 아름답고 상냥하고 또 낙관적인 좋은 영화다.
4계절의 이름을 화면에 명기하면서 1년 간에 걸쳐 얘기가 진행된다.
런던 북부에 사는 나이 먹은 지질학자 톰(짐 브로드벤트)과 심리 상담자인 제리(루스 쉰)는 지극히 만족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로 모두 매우 착하고 친절한 좋은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 아들 조(올리버 몰트만)가 있는데 장가 갈 때가 됐는데도 아직 독신이어서 톰과 제리가 약간 장가 갈 것을 독려한다.
화초와 나무 키우기를 즐겨하는 톰과 제리는 자주 친구들을 집에 초청, 저녁대접을 하는데 영화는 이들 부부와 이들이 초대하는 친지와 친구들과의 대화와 관계로 이어진다.
이 집에 너무 자주 들른다고 할 정도로 툭하면 찾아오는 여자가 50대의 이혼녀로 제리가 일하는 병원의 리셉셔니스트인 메리(레즐리 맨빌). 메리는 나이에 맞지 않게 젊은 여자들이 입는 최신 유행의 야단스런 옷차림을 하고 쉴 새 없이 재잘대는 명랑하고 쾌활한 여자.
그러나 이런 태도 속에는 고독과 불만과 절망이 자리하고 있는데 메리는 그래서 모주꾼이다. 메리는 너무 고독해 심지어 조에게까지 접근하면서 애교를 떠는데 막상 톰의 어릴 때부터의 친구로 뚱뚱하고 고독한 모주꾼인 켄(피터 와이트)의 적극적인 접근은 매정하게 뿌리친다. 메리와 켄의 고독해 하는 모습이 어찌나 절실한지 보고 있자면 한기가 느껴질 정도다.
한편 조는 마침내 직업인들을 위한 상담자인 적극적이요 솔직하고 명랑한 케이티(카리나 페르난데스)를 애인으로 만나 부모에게 소개시키는데 제리는 당장 케이티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에 크게 실망하는 사람이 메리. 메리가 처음 케이티를 보고 당혹해 하고 실망하는 얼굴 표정이 애처롭다.
제목이 체념적이면서 또한 낙관적인 영화로 촬영과 음악과 의상 등 모든 것이 훌륭한데 특히 볼만한 것은 배우들의 연기. 브로드벤트와 쉰의 호흡이 잘 맞는 연기가 아름답다. 가장 뛰어난 것은 맨빌의 연기. 얼굴과 눈과 몸과 제스처 그리고 음성으로 표현하는 고독에 몸부림치는 중년 여인의 모습이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PG-13. Sony Classics. 랜드마크(310-281-8233), 타운센터5(818-981-9811),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웨스트팍8(800-Fandango#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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