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6월 중국 사천성에 있는 멘옝이라는 곳에 가있는 아들을 보러갔던 길에 티벳에 며칠 다녀오기로 하여 외국사람들을 위해 여행일정을 빈틈없이 계획해 준다는 사람을 소개받았다. 그의 이름은 ‘트로이’라고 하는데 영어를 유창하게 하면서 신중히 여행계획을 만들어 주었다. 트로이는 자신을 한국인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일어를 잘하여 2차대전때 군 통역관으로 지내다 모택동 공산국 초기에 감옥에 갇혔다가 사형당했다 한다. 그의 부모님들은 할아버지의 과거에 대해 숨기고 트로이를 중국사람으로 길렀다 한다. 트로이는 할아버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백방으로 수집한 결과 한국사람이었고 통역관이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알게 됐지만 자기 자신은 확신한다고 했다. 트로이는 그래서 영어도 더 열심히 배웠는데 지금와서 귀하게 쓰일줄 몰랐다면서 비행기표와 호텔값을 최저로 저렴하게 해주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중국은 정치적으론 공산주의를 지키며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기로에 있어 암거래가 성하고 달러 장사들이 곳곳에 판을 치고 있었다. 평화단을 받아들여 학교마다 영어강습이 성행하고 있었다. 모택동 공산국 시절에 지식인을 박해하고 모든 종교와 문화를 짓밟은 흔적들이 완연히 여기저기 보였다. 그래도 살아남은 지식인들이 다시 학교에 돌아와 있었고 외국인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때였다.
아들과 함께 티벳행 비행기에 올라 미지의 나라로 떠났다. 라사비행장에 도착하여 입국수속을 받은 후 출입구로 나오는데 우리를 맞이할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 이름이 적힌 판을 들지도 않고 있는 사람을 보고 반가워 쫓아가니 깜짝 놀라면서 자기는 미국사람이라기에 백인들 얼굴마나 찾고 있었다며 반가워했다. 그쪽 일행과 네명이 밴을 타고 라사시로 출발했다. 녹색은 별로없고 드문드문 보이는 집들은 흙으로 지어졌고 지붕은 함석으로 덮여있었다. 정성스럽게 쓰여진 기도문 천조각이 줄줄이 빨래줄처럼 이어져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기도문이 바람을 타고 신에 전해진다는 것이었다. 신기한 나라다.
키 큰 청년의 이름은 ‘재벌’이라 했다. 라사시내로 향하는 동안 나는 좀 실망했다. 별로 볼것도 없이 황폐된 곳 같은 느낌이었다. 구비를 돌아 시내로 가까워 지니 티벳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약’이라는 동물의 동상이 크게 서있고 그뒤로 하얀 포타라궁이 웅장하게 서서 라사를 내려다 보고 있는 것 같아 바짝 정신이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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