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의 부탁, 새처럼 재잘거리는 어린이들에게
지난 가을학기 한국학교 개학식 때 어떤 학부모가 자꾸 나를 쳐다보더니 어눌한 억양으로 “신영엄마 아니세요?”라며 물어온다. 가만히 그를 바라보니 우리 큰 아들의 친구다. 자기 딸을 유아반에 입학시키러 온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우리 학교 재학생중 한인 3세와 4세는 물론 한쪽 부모가 다른 민족인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의 비율이 매우 높아 졌다.
우리 학교 유아반은 3세, 4세의 연령의 학생들인데 나는 그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 그 반에 가서 괜히 서성일 때가 많다. 얼마나 귀여운지 맘껏 데리고 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어쩌다 그 아이들이 나와 눈이 마주치면 “할머니”라고 부른다. 나에게 그 말이 여간 정감이 가는 것이 아니다. 새처럼 재잘 거리는 그 녀석들의 입에다 옛날 우리 할머니가 그러셨던 것처럼 사랑이 어린 달콤한 사탕을 넣어 주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나에게 할머니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부모님들이나 선생님들은 당황해하며 교장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한다며 고쳐주지만 그들의 눈에 할머니로 보이는 것을 어찌 하겠는가? 내 아들도 결혼을 했더라면 지금쯤 나도 손자 손녀가 있었을 터이기에 그 아이들이 다 내 손자들 같기만 하다.
유아반 학부모님들은 한국말 구사력이 부족하고 억양도 많이 어눌하다. 하지만 그들의 자녀들에게는 한국말을 가르치겠다고 매주 마다 열심히 데리고 나온다. 참 기쁘고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세월이 약 30년 쯤 더 흐른 뒤에 지금의 유아반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얼마나 한국말을 잘 하게 될까? 그리고 그들은 자녀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려고 얼마나 열심을 낼까? 이 타국 땅에서 우리 한민족의 역사가 끊어지지 않으려면, 그리고 장차 우리의 후손들이 올바른 정체성 가운데서 미국사회와 세계에 공헌하게 하려면, 오늘의 어른들이 더 열심히 그들을 가르치고 한민족의 유산을 전수해 주어야 하리라. 이 이민사회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의 미래는 지금 유아반 교실에 앉아서 재잘거리는 이 아이들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부탁하고 싶다. “아이들아! 연연히 이어갈 우리 민족의 뿌리 교육을 미래에 누가 담당하겠니? 이것은 너희들의 몫이란다. 너희들도 할 수 있단다. 너희들은 우리 어른들의 희망이란다. 할머니의 부탁을 꼭 이루어 주렴.”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