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9.11 테러 현장인 뉴욕 맨해튼의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해 헌화했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에 항공기 테러를 지시해 근 3천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파키스탄 은신처에서 사살된지 나흘만이다.
붉은색, 흰색, 푸른색 꽃들로 꾸며진 한다발의 꽃을 헌화한 뒤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숙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의 `침묵의 추모’에 대해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위기의 순간에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자신들의 목숨을 바쳐 생명을 구해냈던 경찰관과 소방대원 등 인명구조대원들을 추모하고, 끔찍한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 하나가 됐던 미국의 단합심을 기억하는 자리에서 어떤 말도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 희생자 가족들을 이용하는 것 처럼 보이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한 백악관의 결정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헌화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9.11 테러때 15명이 숨진 미드타운의 엔진 54 소방서를 방문해 소방관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이 곳은 10년전 그 끔찍했던 날에 비범한 희생을 보여준 상징적 장소"라면서 "진심으로 여러분의 희생에 감사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빈 라덴의 사살에 대해 "`우리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 그것은 빈 말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파키스탄 빈 라덴의 은거지를 습격한 미군 장병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희생 때문이었다"며 "그들은 목숨을 앗긴 여러분의 형제들의 이름으로 그 작전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9.11 테러 당시 뉴욕시장을 지낸 루돌프 줄리아니와 함께 맨해튼 제1경찰서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그 비극을 결코 잊은 적이 없으며 뉴욕경찰과 긴급구조대원, 소방대원들이 보여준 용기를 결코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빈 라덴 사살과 관련해서도 "우리는 우리가 하겠다고 말했던 것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그의 그라운드 제로 방문에는 많은 뉴요커들이 이른 아침부터 나와 성조기를 흔들며 환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2008년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한 적이 있지만 대통령에 취임한 후 이 곳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카니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9월 10주기 추모식때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찰스 슈머 상원의원,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 줄리아니 전 시장,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등 이 지역의 거물급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그러나 재임시 9.11 테러를 겪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초청을 받았지만 불참했다.
그는 대변인을 통해 "전직 대통령으로서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9.11 발생 수일 후 붕괴된 빌딩 잔해 속에서 소방관들이 사용하던 확성기를 통해 연설하기도 했으며 그의 재임 내내 이 곳은 상징적 장소로 통했었다.
카니 대변인은 부시의 불참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부시 전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10년전 빈 라덴이 저질렀던 테러속에서 미국인들이 하나가 됐던 날을 회상하고 빈 라덴의 사살로 또 다시 미국의 단합심을 보여주고자 하는 생각에서였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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