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가 한 태 용
배달된 신문을 펼치자 놀랜 눈살이 제호에 꽂혔다. 첫 단, 첫 줄, 주먹만 한 제호다. “서재필기념교육관 무산 되나”
신문은 신뢰 받는 이 고장 정론지이다. 제 발등 찍을 도끼야 어설피 챙기겠는가? 전말에서 고언까지 심층기사가 더 있겠지? 다음 장을 넘겼다. 대문짝만한 ‘성명서’가 도배 되어있다. 6.25 국란을 맞는 제호도 이처럼 크진 않았다. 성명은 요요 절절하다. 허나 제호 크기에 비하면 좀 그렇다, 초등학생 반성문 같다고나 할까?
선생 님, 우리 선생님, 나는요 아래와 같이 일을 열심히 하였습니다. 1. 약속을 받았습니다.
2. 확정 했습니다. 3. 약속 받았습니다. 4. 약속을 받았습니다. 5. 진행 중에 있었습니다.
근데 애들이 자꾸 자꾸 시기하고, 질투하고, 의심해서 결심했습니다. 모든 일을 중단하고요, 늙어 사는 날 까지 조용히 가족이랑 함께 살렵니다.
그러나 성명문을 쓴 신분은 그게 아니다. 서재필기념 재단 이사, 서재필기념교육관 건립 위 상임고문, 서재필기념교육관 건설 본부장, 서재필박사 유품반환 추진위원, 대 사역을 혼자 짊어진 일꾼이요 영웅이시다.
영웅은 원칙에 투철하고, 골 바른 신념을 다지며, 자신의 삶을 통해 몸소 권위를 획득한 사람이다. 이해관계를 뛰어 넘는 힘을 가지고 시작이 있으면 끝장을 보는 사람이다. 이런 덕목들이 공동체 삶의 중대한 순간에 영웅을 찾는 까닭이 아니겠는가. 하물며 선각자의 얼을 숭모하고 발전시킬 사업에 누군가 손찌검한대서, 누군가 배 아파한대서, 누군가 구리다 한대서 <더 이상 일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결심>을 했다면, 유택에 잠드신 서 박사님도 벌떡 일어나 질타 안이치 못할 것이다.
“그까지 일로 기부 업 해?”
기념 교육관 건립사업은 처음부터 정치적 로비 성향이 존재하는 사업 이다. 정부 보조금 획득이 그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 개연성에서 우리 영웅을 천거했다면 옳았다. 학맥으로도 실권자와 동문이고, 지맥으로도 실권자의 본향과 이웃하는 동향이다.
우리 영웅은 정치인이다. 4.19 광장을 달렸던 주체요 그 정신의 수호자다. 그가 해외로 이주하였다면 5.16로 좌절한 설분을 품고 왔을 것이다. 그 실 그가 정착한 필라델피아는 반 군사독재민주화투쟁의 전위를 선무하는 ‘독립신문’을 필두로 해외 전진기지요 본산으로 부상 했다. 1980년 4월 19일 필라델피아에 소집된 4월 혁명 20주년 기념학술대회에서다. 해내외 학술 대표단을 맞은 연석회의에서 본부석에 추대된 우리 영웅을 상기하면 그로부터 30년 후 <한국 국회를 로비하여-> 150만 불을 지원 받은 역할 론이 십분 이해된다. 그의 개인사에서 정치인으로 각색된 생활 패턴을 빼면 남는 것은 생업일 것이다. 우범지대에서 심야까지 겹겹이 두른 방탄유리 속에서 생업 했다.
<서울을 여러 차례 오가는 모든 경비를 본인이 부담>했다면, 생업으로 모았던 쌈지 돈일 것이다. 피 말린 돈이다. 유택에 잠드신 서 박사님도 벌떡 일어나 감격해 물으시리라. “그렇게 교포들이 인색 했더냐?”
서 박사님, 억울합니다. <서재필기념관 관리협의체>의 부탁을 받았다기에 방심 했습니다. 협의체의 존재여부가 궁금합니다, 존재 하였다면 노자도 주지 않고 일을 부탁할리 있겠습니까? ‘건립 운영위원회’는 존재한 줄 압니다. 존재하였기에 해체한다고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해체하더라도 회의록은 남겨야 하겠지요?
‘공’은 재단으로 넘어갔다는 기사도 있다. 편을 갈라 ‘공’ 놀이를 했다는 말이 아닌가? 재단 센터 홀에 걸린 서 박사님 영정을 보면, 안경 너머로 어눌한 눈빛이 몹시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발길에 채인 아픔을 참으시는 듯.
공을 넘겨받았다면 재단은 기필코 골문으로 차 넣어야하는 절대 절명한 명제를 안았다. 골인 소리에 잡귀들은 물러가고 기념 교육관이 세워지기를 믿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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