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일간의 용맹기도
나는 미국에 오기 전에 기도를 하기 위해 낙산사 홍련암에 간 적이 있다. 그 곳은 의상대사의 숨결이 깃 든 곳이기도 하다. 법당 밑으로 바닷물이 찰싹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밤을 새워 기도 하노라면 어느덧 무아지경에 빠져든다. 이곳은 기도처로서 소문이 난 만큼 내가 갔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왔었다. 일주일 기도를 하는 사람, 백일기도를 하는 사람, 3일 기도를 하는 사람, 입재(시작)도 각각이고 회향(마침)도 각각이다. 아무튼 공양시간 되면 많은 사람이 보인다. 그러나 기도는 모두 열심히 하지만 나처럼 밤을 새워 기도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밤을 세워 기도한다는 것은 목숨을 내 던지는 심정으로 해야만 가능하다. 어둠이 깔려 모두가 거처로 돌아간 다음 적막한 법당에 홀로 남아 기도할 때 그 고요함은 말로 표현하기 참으로 힘들다.
내가 이렇게 밤을 새워 기도하는 이유는 아무리 보궁寶宮이라 해도 자주 오갈 수 없기 때문이며, 나의 능력의 한계를 실험해보고, 일념으로 정진하면 빨리 삼매三昧에 들기 때문이다. 삼매의 맛을 보지 못한다면 기도하는 자미自味를 못 느끼니 자연 나태해지는 수밖에 없다. 부모의 은혜를 갚고 스승들의 은혜를 갚으려면 얼마나 노력을 해야 하는가는 스스로 생각해 볼 문제이다. 출가한 처음, 마음을 추수리기 위해서 기도는 꼭 필요하고 그 중에서도 용맹기도는 승려라면 꼭 해볼만한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도해 보지 못한 자가 있다면 한번 꼭 해보고 그 맛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자기의 한계를 스스로 알 때 함부로 설치지지도 않을뿐더러 불퇴전不退轉의 마음으로 정진할 수 있다. 기도하며 오욕을 여의는 순간, 시기, 질투, 미움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오직 부처님을 향한 불굴不屈의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출가자出家者에겐 더 없는 보배다. 들뜬 마음을 잠재우고 잔잔한 바다와 같이 수평선을 유지했을 때, 달의 형태가 똑바로 비치듯이 자기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용맹기도勇猛祈禱로 철저하게 홀로 돌아가 적막 속에 휩싸이면 자기의 실체를 똑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몸은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가! 밤을 새워 기도하는 이 몸의 실체는 과연 살아있는 것인가, 죽어있는 것인가. 한술 먹은 밥심에 이렇쿵 저렇쿵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사랑과 미움은 어데서 생겼는가!”하는 수많은 의문 속에 불생불멸不生不滅 하는 그 놈의 실체를 출가자는 꼭 찾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원하는 바가 있거든 쉬임없이 달려가라. 그대가 생각하고 노력한 만큼 이루어지리라. 누구도 나의 업業을 대신할 자 없음을 철저히 알라. 나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하면 모든 허물을 남에 돌리기 십상이니 업만 더욱 깊어 지지리라. 모든 것은 내가 직접 경험하고 맛본 자만이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말에 휘말려 한 평생 살다보면 관 뚜껑 덮는 순간까지 남의 허물만 탓하리라. 생명을 걸어놓고 기도한번 해보자. 기도 일념으로 무념무상에 들어 삼매의 참 맛을 보면 그 속에 팔만 사천 법문이 있는 것, 기도란 자기 자신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지름길이다. 기도를 해서 참맛을 본 자는 항상 기쁨의 얼굴로 사람을 대하며 남의 허물을 탓하거나 말하지도 않는다. 사심 없이 몸을 던져 기도해보자. 이 밤이 새도록.....
Mar 19. 2012
대한불교 조계종 미주 필라 황매산 화엄사
주지 주훤 법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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