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와중에 매달 주택 융자 상환금 내기가 힘에 부치는 주택 소유주들이 적지 않다. 이런 때 상환금 액수를 줄여주는 융자 조정(loan modification)을 받을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를 시도해서 뜻을 이룬다. 또 상당수는 실패로 끝난다. 그런데 이를 시도하다가 뜻을 이루기는커녕 집을 차압 당하는 예도 있다. 근래 필자가 들어 아는 경우만도 서너 건 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오늘은 이에 관해 이야기한다.
융자 조정은 고용 또는 가계 수입에 문제가 생겨 융자금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매달 내는 상환액을 줄여주는 것을 말한다. 상환액을 줄여줄 방법은 다음 둘 중 하나다. 첫째, 이자율을 낮춰준다. 일정 기간 이자를 상당히 낮은 수준, 드물게는 1% 내지 2%선으로까지 크게 낮춰주는 예가 있다. 둘째, 원금의 일부를 탕감해준다. 이자를 낮춰주는 것만으로는 상환액을 충분히 줄여줄 수 없을 때, 원금을 일정 부분 탕감해준다. 그냥 탕감해주기도 하고, 나중에 다시 원상 회복시킨다는 전제 하에 우선은 월 상환액이 낮아지도록 명목상 원금을 줄이는 형식만 취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융자 조정을 받으려면 그 전제가 융자금 상환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형편이야 어떻든 돈을 꼬박꼬박 내고 있는 사람이 융자 조정을 해달라면 은행이 이에 응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연체하는 일이 생겨야 채권 은행도 채무자가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연체가 심화될 때 은행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융자 조정에 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융자 조정을 시도하는 사람은 크레딧 손상을 각오하고 융자금 상환을 일단 중지해야 뜻을 이룰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그 이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모기지 상환에 일정 기간 이상 연체가 발생하면, 은행에서 통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연체 사실 통보와 독촉장, 차압 절차 개시 통보 등이다. 이와 함께, 융자 상환에 어려운 사정이 있으면 융자 조정을 신청하라는 안내서, 그래도 무반응이면 집문서를 은행에 넘기는 것으로 융자 상환에 갈음하기(deed in lieu)를 권하는 편지, 차압 절차 진행 상황 안내 등이 수시로 온다. 융자 조정에 목적을 두고 모기지 상환을 중단한 경우라면, 은행에서 오는 통지를 하나라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부단히 연락을 취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돈을 내고는 싶지만 형편이 허락하지 않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은행 담당자에게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융자 조정 신청 절차에 들어가면 은행이 요구하는 각종 가계 소득 및 지출 자료를 성실히 준비하여 제출해야 한다. 소득이 너무 적은 것으로 보여도 곤란하다. 또 현재의 가계 경제 상황이 장기적인 문제일 수 있다고 보이는 것도 곤란하다. 그러면 융자 조정을 해줘도 결국 또 다시 연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이 전반적인 국가 경제 불황에 따른 실직, 사업 부진, 건강 문제 등 개인 사정으로 인한 일시적인 상황이고, 따라서 은행이 한동안 부담을 줄여주면서 참고 기다리면 조만간 극복되어 원래의 상환 체제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한다.
융자 조정은 원래 채무자가 직접 신청하고 은행이 요구하는 자료도 직접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채무자가 공신력 있는 전문적인 사회 봉사 기관의 상담을 받고 융자 조정을 시도하면 은행으로서도 신뢰가 갈 것이므로 그런 기관을 통하는 것은 오히려 권유사항이 된다. 일정한 대가를 받고 융자 조정 업무를 대행해주는 업체/업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믿을만한 업체/업자라면 언어 장벽이 있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융자 조정을 미끼로 금품만 노리는 유령 단체, 업자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융자 조정을 시도하다가 결국 집을 차압 당한 예를 보면 이런 단체, 업자에 속은 경우이다. 수고비를 선금으로 받고 아무 일도 하지 않거나, 아예 연락 조차 되지 않는 경우,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은행이 요구하는 서류를 안 내거나 은행의 최후 통고 같은 것을 모르는 채 넘어가는 경우 등에 차압으로 귀착될 수 있다.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누군가에게 일을 맡겼다고 마냥 안심만 하고 있지 말고, 수시로 점검하고 서류 작성 제출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가급적이면 은행에도 본인 혹은 가족이 직접 접촉을 유지하면서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은행이 요구하는 자료들을 몰라서든 알고도 무심하게든 내지 않고 지나치면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할 일이다.
하상묵 (610-348-9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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