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주사 강원의 첫날밤
나는 출가하기 전, 서당에서 공부하며 취미를 붙인 한문이 절에 들어와서도 더더욱 배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일단 사미계를 받고 승려가 된 연후에 강원을 갈 수 있기 때문에 나에게는 기나긴 세월 같지만 사미계 받을 때까지 꾹 참고 기다렸다. 행자로 있는 동안은 승려생활에서 필요한 염불을 익히는데 중점을 두었다. 내가 사미계를 받은 이후 강원을 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으나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은사스님의 허락을 받아야했다. 어릴 때는 어른에게 말씀드리기가 어찌 그리 어려운지 말씀드리려고 마음먹었던 것도 은사스님 앞에 다가서면 이내 잊어버리는 수가 허다하며, 설사 생각이 난다하여도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가 않아 애를 먹었다. 그러나 용기를 잃지 않고 이제나저제나 강원에 공부하러 간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기회를 보고 있었다.
하루는 복천암에서 탈골암으로, 달밤에 스님을 모시고 산을 넘어가는 길에 두근거리는 나의 가슴을 억누르고 스님께 용기를 내어 말씀드렸다. “스님! 지금 저의 심정은 하루라도 빨리 법주사 강원에 들어가 공부하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허락하여 주십시오!”하니 스님께서 의외로 나에게 하시는 말씀, “그래 참 잘 생각했다. 젊었을 때 공부해라. 공부도 때가 있는 것이니라. 강원에 방부드려 살거든 다른 스님들에게 뒤지지 않게 열심히 공부 잘해라”하셨다. 그 말씀에 두근거리던 마음이 진정되며 기쁨의 마음이 하늘에 두둥실 뜨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한편으론 은사스님 시봉 할 사람이 없어서 걱정스러웠다. 시봉할 사람이 빤히 없는 줄 알면서 배짱 좋게 나만 생각하고 말씀드렸던 것이 얼마나 죄송스러웠는지 모른다. 그러나 허락이 떨어졌으니 어찌하겠는가. 걱정이 된 나머지 내가 “스님! 제가 강원을 가면, 스님 시봉할 사람이 없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하고 말씀을 드렸더니 “내 걱정은 하지 마라. 내 나이 아직 젊으니 내가 내일은 아직 알아서 할 수 있다. 적정 말고 내일 당장 짐 꾸려 강원으로 떠나거라”하셔서 그 이튿날 법주사 강원에 방부드려 첫날밤을 자게 되었다.
큰방에 대중생활은 처음이라 긴장과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혹여 다른 스님들과 시간 맞춰 공부하는 대중생활에 따라하지 못할까봐 잠이 깊이 안 들어 몇 번이나 일어나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며 잠을 설쳤는지 모른다. 드디어 새벽 예불을 시작하는 도량석 소리가 울려 퍼질 때, 나는 선경에 있음을 실감했다. 대중들과 함께 법당에서 예불하는 소리는 도솔천 내원궁에서 들려오는 천상음악과도 같이 내 귀에 들렸다. 예불을 마치고 큰방에 들어와서 각자 책상들을 들고 촛불 앞에 모여 목탁소리에 맞춰 금강경을 독송하니 이것은 완전히 딴 세상에 와서 사는 느낌이었다. 잠잘 땐 어김없이 저녁 9시 삼경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일제히 자리에 누워야하며 새벽 3시 도량석 시작과 함께 서둘러 일어나야 예불 참석이 늦지 않는다. 큰방에서의 단체생활이란 규율이 엄하다. 강의를 듣는 시간외에 자유로 자기 공부에 열중하는데 시간에 맞춰 55분 공부에 5분간 휴식을 하나, 단 점심 공양 후에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포행(좌선이나 경을 본 뒤에 화두 들고 걷는 것)시간의 여유가 주어진다. 큰방에서 생활은 오직 공부에 전념하는 장소로서 취침 시간외에는 발도 마음대로 뻗을 수 없었다.
Apr 4. 2012
대한불교 조계종 미주 필라 황매산 화엄사
주지 주훤 법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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