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에게 여동생이 있었다면? 아무리 그녀가 오빠만큼 문학적 재능과 열정을 가졌다 하더라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돈 많은 남자를 만나 결혼이나 해라’는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런던으로 가출한 후 극작가가 돼보려고 시도하지만 결국 자신을 유혹해 임신시킨 남자를 저주하며 자살했을 것이다. <자기만의 방>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이렇게 상상했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인해 무명으로 죽음을 맞는 비극적 상상을 통해 울프는 다가올 가능성에 도전했다.“한 세기가 지난 후 만일 우리에게 자신만의 방이 주어지고 우리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글로 표현하는 자유와 용기를 갖게 된다면,…매달릴 팔이 없어 홀로 걸어가야 한다면, 남자와 여자의 현실적 관계를 재인식한다면, 셰익스피어의 여동생, 무명으로 죽은 시인의 버림받았던 육신을 입고 우리는 태어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녀를 위해 일한다면 그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여권신장(女權伸張) 운동은 울프의 단언을 이미 가시화시켰다. 이제는 여성인권이 회복되었을 뿐만 아니라, 인종ㆍ장애인ㆍ동성애자ㆍ나이 차별 금지법 등이 다양한 인간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더 심각하고 보이지 않는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내향적 사람을 향한 편견과 차별이다.
유리창을 흔드는 목소리, 실내공기의 흐름을 바꾸는 제스처를 가진 사람을 높게 평가하는 사회일수록 내향적인 인재가 지닌 재능, 열정이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적어도 네 명중 한 명은 내향적 성향을 띤다. 일종의 소수민족으로 볼 수 있는 내향적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여기고 사회는 자연스레 그들을 비정상으로 여긴다. 마치 과거에 여자와 흑인을 인간 이하로 취급했듯이. 또한 내향성을 소심ㆍ옹졸ㆍ비겁ㆍ소극성ㆍ무기력으로 단정한다.
내향, 외향 성격을 처음으로 구분하여 분석심리학의 토대를 세운 칼 융은 자신의 에너지를 속에서 혹은 밖에서 얻느냐로 차이를 구분했다. 즉 전자는 사람들과 어울림으로 생기와 기력이 솟고 동기와 자극을 받는데, 후자는 모든 것을 자신의 내면에서 얻어낸다. 종종 ‘무엇인가 감추려 든다’는 오해를 받는 내향성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내공이 있다. 즉 관조적이고, 지적이며, 나대지 않고, 예민하며, 사려 깊고, 섬세하며, 부드럽고, 겸손하고, 고독을 지향한다.“고독 없이 훌륭한 작품이 나올 수 없다”라고 못박은 피카소의 말처럼 혼자서 조용히 일하는 것을 찾는 고독이 역사를 통해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을 낳지 않았나.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은 “인간은 홀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능률과 효율성이 가장 높다”고 주장한다. 책을 읽거나, 여행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무엇을 하든 혼자 몰두하는 사람은 자의든 타의든 내향적인 삶을 살지만 자존감과 행복지수는 외향적인 사람보다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오지랖이 넓은 외향적인 사람에 비해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 없이 창조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내향성은 타고난 기질이다. 열등하거나 잘못되었거나 고쳐야 할 성격이 아니다. 비사회적도 아니다. 다만 생각과 행동의 양식이 다르고 교류하는 방법과 대상이 다를 뿐이다.‘다른 것’을 약점 혹은 단점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개콘의 ‘네가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세상은 왜(인기없는, 시골에서 온, 키 작은, 뚱뚱한) 남자를 싫어하는가”를 외치는 4인방은 자신들이 처한 불리한 조건을 역이용함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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