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살 때에는 관리 문제에 대해서도 적절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관리 부담이 큰 집—예컨대 넓은 대지의 단독 주택—을 샀다가 나중에 힘겨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관리를 지나치게 부담스럽게만 생각하는 것도 합리적이지는 않다. 기실 주택 관리는 운동 삼아 땀을 좀 흘릴 의사가 있거나, 돈을 좀 쓸 마음만 있으면, 그리 부담스러운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주택 형태에 대한 일반적인 선호도는 단연 첫째가 단독 주택, 둘째가 타운하우스, 그리고 마지막이 콘도이다. 땅이 넓은 나라이고,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대단히 중시하는 사회이고, 원칙적으로 주 40시간 근로에 토요일과 일요일은 쉬는 곳이다 보니, 나 혹은 내 가족 만의 넓은 공간을 마련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손으로 가꾸며 살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욕구에 가장 합당한 것이 단독 주택(두 집이 붙어 있는 트윈하우스 포함)이고, 그 다음은 아래 위로나마 남의 눈치 볼 필요가 없고 잔디밭도 있는 타운하우스(row house 포함)이고, 마지막이 콘도이다. 이 선호도는 오래도록 지속되어 왔고 집 값도 대개 이 선호도를 반영해왔다. 그래서 능력이 되면 단독 주택, 그게 안되면 타운하우스, 그것도 안되면 콘도를 사는 식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베이비붐 세대가 나이 들어 가면서 편한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또 스스로 땀 흘리는 대신 돈 써서 서비스를 받겠다는 성향을 지닌 신세대 가구가 늘면서, 주택 형태는 능력보다도 생활 양식과 취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상당 부분 인식이 바뀌었다. 따라서 2000년대 중반 주택 시장 호경기에는 타운하우스와 콘도의 인기가 좋았고 가격상승률이 단독 주택을 앞지르기도 하였다. 문제는 이후 불경기와 함께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융자금을 갚지 못하면서 더불어 관리비도 못 내는 사람이 늘고, 신축 주택의 판매가 부진해지면서, 공동 관리를 해야 하는 주택, 특히 콘도 중에 재정 부족으로 관리에 곤란을 겪는 곳이 생기게 되었다. 관리비가 잘 안 걷혀 관리가 제대로 안되면 주택의 가치는 유지되기 어렵다. 이에 은행은 콘도 구입 자금 융자에 대해 이율이나 다운페이 등에서 불리한 대우를 하기 시작하였고, 그로 인해 콘도 인기가 많이 내려갔다. 더불어 주택 형태에 대한 작금의 선호도는 전통적인 “단독-타운-콘도”로 회귀되어 있다 하겠다.
선호도는 가격에 반영된다. 따라서 선호도가 높은 단독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가치 유지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그런데, 단독 주택 구입을 망설이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관리 부담 때문이다. 은퇴 후 편히 좀 살려면 잔디 깎고 눈 치워야 하는 단독 주택은 안 맞는다고 보는 것이다. 콘도가 마땅치 않으면 차라리 타운하우스에라도 살아야 눈 치우고 잔디 깎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판단이 과연 타당한가? 꼭 그렇지는 않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단독 주택에 살면서도 그런 부담에서 벗어날 길은 있다.
콘도는 집 내부는 주인이, 문 밖의 일은 콘도 협회가 관리한다. 주인은 별 신경 쓸 일 없이 관리비만 잘 내면 된다. 물론 그 액수가 적지 않지만 말이다. 타운하우스는 대개 잔디 깎고, 눈 치우는 일만큼은 주택소유자협회에서 해준다. 그 대신 보통 월 200여 불의 관리비를 낸다. 이것 저것 더 많이 해주는 곳에서는 관리비가 그 2배, 3배에 이른다. 단독 주택도 관리비 내는 셈치고 월 200여 불씩만 쓸 생각이 있다면, 관리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잔디 관리 전문 업자와 계약을 하면, 잔디밭이 작은 집은 한 번에 20여불, 웬만큼 넓은 집은 30-40불, 아주 넓은 집도 50여불 선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간 많으면 매주 한 번씩, 총 30번 정도, 경제적으로 하려면 2주에 한 번씩, 총 15번 정도 서비스를 받으면 된다. 땅이 제법 넓어 매번 40불씩 낸다 해도 연간 많아야 1,200불, 적으면 600불 정도로 잔디 깎을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다. 눈을 치우는 것도 잔디 깎는 업체와 계약을 해 놓으면, 눈이 쌓일 때마다 와서 치워준다. 진입로가 얼마나 길고 넓은지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그리 큰 돈은 아니다. 타운 하우스에 살면서 내는 관리비보다 적은 돈을 쓰고도 얼마든지 관리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요즘은 잔디와 눈 뿐 아니라, 이것저것 고장 나는 것까지 관리해주는 주택 관리(home maintenance)전문 업체도 있어 웬만큼 돈 쓸 각오만 되어 있다면 관리 부담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있다.
하상묵 (610-348-9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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