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
나는 은사恩師스님 시봉侍奉을 많이 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나에겐 공부욕심이 너무 많아 시간의 아까움을 일찍이 알아서인 것 같다. 물론 스님 시봉하는 것도 공부 중에 공부이련만 왠지 승려가 된 이후 강원에 가고픈 충동이 일어 스님 곁을 일찍이 떠나게 된 것이다. 내가 처음 은사스님을 시봉할 때만해도 스님께서 젊으셨고, 패기에 넘쳤으며 상좌를 제대로 가르치고 싶은 충동에 휩싸여 계셨다. 스님을 시봉 하려면 아침에는 대중보다 30분 일찍인 새벽 2시 반에 일어나야 하고 저녁에는 30분 늦게 저녁 9시 30분에 자야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세숫물을 데워 대야에 적당히 부어 수건과 양치질할 준비일체를 한 뒤 스님께서 방에서 나오시자마자 바로 세수를 하실 수 있게 마루나 토방에 가져다 놓는다. 그런 다음 문을 두어 번 다소곳이 두드리며 스님의 기척을 확인하고 “스님 세숫물 준비 다 됐습니다. 세수하시지요!”하면 잠시 후 스님께서 문을 열고 나오신다. 스님을 마주치면 합장으로서 반배하고 얼른 스님 방에 들어가 이부자리를 정돈하고 바닥을 걸레로 깨끗이 훔친다. 동작을 빨리 하면 충분하다. 그러나 느리면 미처 다 못했을 때 들어오시기도 하신다. 스님께서 들어오시면 가사와 장삼을 두 손으로 받쳐드리고 밖으로 나와 세면도구 등을 치운다. 그리고 법당에 얼른 올라가 촛불을 켜고 다기를 올린 뒤 스님을 모시고 법당에 들어간다. 스님께서 법당에 들어가시면 제일 먼저 일주 향을 부처님께 올리신다. 다음 스님께서는 부처님의 앞 정 중앙에 서시고 나는 옆에 서서 목탁을 잡고 예불을 시작한다. 부처님 앞 정 중앙에는 큰스님의 자리이기 때문에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간혹 일반 불자들이 법당에 들어서면 좌복이 부처님 정 중앙에 놓여있으니 아무 생각 없이 그곳에서 절을 올리는데 사실은 살짝 옆으로 한 발짝 비켜서서 하는 것이 좋다.
예불의 염불이 끝나면 스님께서는 행선 축원을 하신다. 그때 나는 목탁을 치며 삼배를 정중히 올린다. 행선 축원이 끝난 다음 신중단을 향하여 반배의 예를 드리고 반야심경을 봉독奉讀하고 부처님께 반배 후 스님께도 반배로서 예를 올린다. 간혹 스님께서 예불 후 법당에서 좌선하실 시는 함께 정진하던지 조용히 밖으로 나온다.
스님께서 기동하시는 기척이 나거든 얼른 밖에 나가 모시고 방으로 따라 들어간다. 방에 이르면 가사와 장삼을 받아 곱게 접어 본래 있던 데로 정돈하여 걸고 정중히 정식으로 아침문안 삼배를 드린다. 삼배가 마지막 끝날 무렵 “간밤에 편안히 주무셨습니까? 어디 불편하지 않으셨습니까?” 여쭙는다. 그리고 스님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스님의 훈시를 듣는다. 말씀 중에는 절대 토를 달지 않아야 하며 자세 또한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단, 스님께서 편히 앉으라는 말씀이 떨어졌을 경우에만 무릎 꿇은 상태에서 몸만 옆으로 비스듬히 않을 수 있을 뿐이다.
스님들이 절에서 하루를 시작하며 은사스님이나 어른 스님들을 정중히 모시듯이 일반인들도 친 부모님이나 시부모님께 똑같이 실천한다면 아마 효자, 효녀, 효부로 소문나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 어른을 잘 모시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내가 어른을 잘 모셨을 때 나에게 배운 아이들이 또한 나를 먼 훗날 잘 모실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눈은 맑고 맑아 어른을 그대로 닮는다.
Apr 11. 2012
대한불교 조계종 미주 필라 황매산 화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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