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값이 이제 더 이상 내려갈 일도 없을 것 같고, 융자 이자율 또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요즘, 주택 구입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겨우내 잠자던 매물 중 상태와 위치가 좋고 값이 적정한 집들은 거의 모두 팔렸다. 새로 나오는 집도 좋은 곳에 있는 좋은 것은 나오고 몇 일 만에 계약돼 나간다. 그런 만큼 지금이 주택 구입 적기라고 판단한 이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적잖게 온다. 집을 사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지금 준비된 것 가지고 얼마짜리 집을 살 수 있나요? 하고 말이다. 오늘은 이에 관해 이야기한다.
집을 사는 데는 첫째가 돈이다. 그런데 구입 자금을 전액 내 돈으로 충당한다면 모를까 거의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융자를 얻어 집을 사려한다면, 집을 사는 데는 융자가 첫째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융자는 이를 갚을 능력이 되는 사람에게만 준다. 융자 가능 액수도 철저히 능력을 따져 정한다. 여기서 능력이라 함은 수입을 말한다.
수입만 넉넉하면, 다른 조건은 별로 문제가 안 된다. 크레딧이 좋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기실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융자를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요소는 아니고, 이자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불과하다. 다운페이(집 값 중 융자받는 돈 말고 본인이 부담할 돈)도 큰 문제가 안 된다. 여유가 있으면 다운페이는 얼마든지 해도 좋지만, 여유가 안되면 집 값의 3.5%만 해도 된다. 상환 능력, 즉, 수입이 뒷받침되는 한, 융자를 집 값의 80%, 90%, 95%도 해주고, 96.5%까지도 해주는 것이다. 다만, 다운페이가 20% 미만이면 융자 보험(mortgage insurance)이라는 것을 들어야 하고, 보험료로 매달 드는 비용이 적지 않으므로, 사람들은 가급적 20% 또는 그 이상 다운페이 할 수 있도록 자금을 준비하려고 하는 것이다. 반면, 수입은 부족하면 융자를 안 주거나, 융자 액수를 그에 맞춰 줄이거나 한다. 따라서, 수입이야말로 융자의 절대 요소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주택 구입에 관한 문의가 오면 가장 먼저 되묻게 되는 것이 수입이다. 세금보고서 상의 공식적인 수입이 얼마나 되느냐 하고 말이다. 은행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수입은 세금 보고서 상의 숫자이기 때문이다.
세금 보고서 상의 수입액이 나오면, 융자 가능 액을 가늠해볼 수 있다. 다음과 같은 계산에 의해서다. 먼저 수입 대비 부채 비율(DTI: debt to income ratio)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건전한 가계라면 수입의 최고 몇 퍼센트까지 부채 상환에 쓸 수 있겠다 하고 은행이 정해 놓은 기준을 말한다. 이 기준은 수시로 변한다. 현재는 대략 45% 선이다. 이는 다시 말해 은행이 판단하기에 어떤 가정이 가계 수입의 45% 이하를 부채 상환에 쓴다면 건전한 가계고, 그 이상을 써야 한다면 위험한 가계다 하는 것이다. 은행은 융자 신청이 들어오면 이 45%가 얼마인지 가장 먼저 계산한다. 예컨대, 월 수입이 $3,000(세금보고서상 연간 소득 $36,000)인 가정이면 그 45%는 $1,350이다. 이 가정은 이 돈으로 모든 부채를 감당할 수 있으면 건전한 가계라고 본다.
이 숫자($1,300)를 앞에 놓고, 은행은 먼저 이 가정의 다른 부채 상환 부담을 본다. 자동차 융자 상환액, 학자금 융자 상환액, 크레딧 카드 상환액, 병원비 할부 상환액 등이 그것이다. 예컨대, 자동차 융자금으로 $275, 크레딧 카드 값으로 $75을 쓴다면, $1,350에서 이 돈을 먼저 제한다. 계산 결과 $1,000이 남는다. 은행은 이 가정이 이 돈(월 $1,000)을 주택 관련 비용으로 써도 좋다고 본다. 그런데 내 집을 사서 살면, 재산세를 내야 하고 주택 보험에 들어야 한다. 콘도나 타운하우스라면 관리비도 내야 한다. 은행은 $1,000에서 이런 비용부터 제한다. 재산세가 월 평균 $300, 보험료가 $60불인 단독 주택이라면 $1,000 빼기 $360 하여 $640이 남는다. 은행은 이 가정에서 매달 무리 없이 주택 융자금을 상환하는 데 쓸 수 있는 한도액을 $640로 보고, 이 돈만 내면 되는 융자금이 얼마인지 역산한다. 30년 만기 4.0% 이자율을 가정하면, 월 $640만 내면 갚을 수 있는 융자 액은 $134,000에 약간 못 미친다. 이 가정이 집을 사는 데 쓰려고 $50,000을 모아 놨다면, 이 중 $10,000은 비용으로 쓴다는 전제 하에, 은행 융자금 $134,000과 다운페이 $40,000을 합한 $174,000짜리 집을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상묵 (610-348-9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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