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피트 땅굴 속에 권총 등 무기류, 생활용품 갖춰놔
한인등산객들 발길 돌리기도
<속보> 지난 달 22일 오전 부인과 딸을 살해한 뒤 집에 불을 지르고 달아났던 노스 벤드의 피터 A 켈러(41)가 산속 벙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사건이 터진 뒤 등산광인 켈러가 평소 종말론 신봉자이며 자연재해나 전쟁 등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생존주의자’였음을 밝혀내고 그가 산 속에 은신해있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해왔다.
경찰은 불탄 켈러의 집에서 수거한 컴퓨터에서 벙커 건축과정 기록물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벙커가 I-90(East) Exit 27번 인근의 래틀스네이크 종단 등산로 숲속에 있음을 감지했다. 켈러의 컴퓨터는 소방관이 일찍 출동한 덕분에 건사될 수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6일 수색대가 노스 벤드 아웃렛이 내려다보이는 등산로 인근 숲에서 켈러의 발자국을 찾아냈다. 수색대는 이어 27일 오후 나무가 타는 연기 냄새를 추적하면서 나무 등으로 우거진 산 속에 입구를 위장한 벙커를 발견했다. 수사 관계자는 “벙커를 발견했을 당시 안에서 총소리로 여겨지는 ‘탕탕’ 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경찰과 수색대는 켈러가 이 벙커 안에 숨어 있을 것으로 확신했지만 벙커 입구에 폭발물이나 부비트랩을 설치해놓았거나 켈러 자신이 중무장을 하고 있을 가능성에 대비해 곧바로 진입하지 않고 폭발물 제거반 등을 동원, 두 차례에 걸쳐 벙커 입구에서 폭발물을 터뜨려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은 두차례 폭발물을 터뜨리고 장비를 통해 안을 검색해도 별다른 반응이 없자 28일 오전 10시경 벙커 내부입에 진입했다. 벙커 안에는 켈러가 피가 흥건히 고인 상태에서 숨져있었고, 사체 바로 옆에 권총이 놓여 있었다.
이 벙커는 단순히 산속에 땅굴을 파놓은 것이 아니라 총 20피트의 길이에 복층 구조로 돼있으며 그 안에는 자체 발전기와 함께 13정의 권총과 소총, 탄약, 쌍안경, 프로판 가스통, 차량 배터리, 갖가지 상비약, PVC 파이프, 사다리, 컴퓨터 등이 갖춰져 있었다. 경찰은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믿은 켈러가 아마도 이 벙커를 8년간 혼자서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사쿠아 인근 프레스톤의 컴퓨터 재생공장에서 일해왔던 켈러는 지난 16일과 19~20일 출근하지 않았으며, 20일 이후 휴대폰 전원을 껐고 이날 은행 구좌에서 6,200달러를 인출했다. 그는 21년간 결혼생활을 해왔던 리네트 켈러(41)와 딸 케일린 켈러(19)는 물론 애완견과 고양이까지 총격 살해하고 22일 오전 8시30분께 불을 지른 뒤 자취를 감췄다.
한편, 이날 래틀스네이크 종단코스를 등반하기 위해 스노퀄미 포인트 공원으로 향했던 한인 등산객들은 경찰이 입구를 차단하는 바람에 타이거 산으로 행선지를 바꿨다며 “사건이 다행히 빨리 해결돼 다음 주 등산계획에 차질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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