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행복과 건강의 유전자 연관성 분석
▶ ‘도덕적 행복’느끼는 경우엔 항체 관련 유전자 발현 높아 치명적 성인병 발병률 낮아져 행복 체감지수는 둘 다 비슷
UCLA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연구팀은 이기적인 자기만족에서 나오는 쾌락적 행복과 삶의 의미와 목적의식에서 우러나는 도덕적 행복이 서로 다른 유전자 발현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간은 끊임없이 행복을 추구한다. 따지고 보면 인간의 모든 활동은 행복을 얻기 위한 끝없는 노력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큰 집을 구입하고, 근사한 배우자를 찾는 것도 결국은 행복을 잡으려는 시도다. 지겹고 힘겨운 노동을 버텨내는 것 역시 그 결과로 주어지는 보상을 통해 행복을 맛보고 싶기 때문이다. 행복추구는 헌법적 권리다. 미국은 물론 대다수의 국가는 국민 개개인의 행복추구권을 헌법적 권리로 못 박아 두었다.
행복의 본질적 속성은 만족감이다.
행복은 여러 경로를 통해 느낄 수 있지만 대략 두 종류로 분류가 가능하다.
첫 번째는 쾌락이 주는 행복이다.
예를 들어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방만한 섹스와 마약사용 등은 건전치 못한 ‘어두운 쾌락’을 가져다준다. 사회의 도덕률을 외면하고 원초적 본능에 충실할 때 경험하는 불건전한 행복이다.
쾌락적 행복을 추구하는 행위는 헌법이 정한 법의 완전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종종 꺼림칙하고 찜찜한 죄의식을 동반하기도 한다. 자기만족을 위한 과소비도 쾌락적 행복의 범주에 포함된다.
두 번째는 도덕적 행복이다.
자원봉사활동이나 종교적 헌신처럼 깊은 목적의식과 삶의 의미를 추구할 때 맛보는 행복감이다. 쾌락적 행복에 비해 대체로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UCLA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연구팀은 이기적인 자기만족에서 나오는 쾌락적 행복과 삶의 의미와 목적의식에서 우러나는 도덕적 행복이 서로 다른 유전자 발현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행복한 사람은 겉으로야 비슷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어떤 종류의 행복감을 느끼느냐에 따라 유전자가 다르게 반응한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80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그들이 인생에 만족을 느끼는 이유를 조사했다.
이어 이들의 혈액을 채취, 백혈구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생존과 건강에 연관된 유전자 2만1,000여개를 조사했다.
설문조사에서 쾌락적 행복에서 만족감을 느낀다고 대답한 사람들의 경우 대단히 부정적인 유전자 발현을 보였다. 몸 전체에 염증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생물학적 지표가 나타난 것.
이런 생물학적 지표는 암,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의 발병과 연계되어 있다.
다시 말해 깊은 목적의식이나 삶의 의미에서 만족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들에 비해 치명적 성인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감염을 막기 위한 항체 생산을 촉진하는 생물학적 지표 수준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건강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에 비해 병균에도 감염이 잘 된다는 뜻이다.
보다 숭고한 목적과 봉사에서 행복을 느끼는 자원봉사자들은 항체를 생성하는 유전자 발현 수준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염증을 불러일으키는 유전자 발현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요약하자면 도덕적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염증 관련 유전자 발현이 낮은 반면 항바이러스와 항체관련 유전자 발현은 높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쾌락적 행복을 느끼는 이들은 염증관련 유전자 발현은 높았고 항바이러스 및 항체 발현은 낮았다.
과학자들은 이미 오래 전에 사람의 기분(mood)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그 기저에 작동하는 분자 차원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백혈구 내의 유전자 발현에 주목한 이후부터였다.
UCLA 의대 교수 스티븐 콜은 국립과학원 회보 7월호에 게재된 논문에서 “쾌락적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도덕적 행복을 맛보는 이들에 비해 조금도 불행하지 않았으며 양쪽 모두 높은 수준의 긍정적 감정을 보였다”며 “다만 동등한 수준의 긍정적 심리상태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유전체는 매우 다르게 반응했다”고 말했다.
유전자에는 행복에 대한 창조주의 뜻이 새겨져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