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명(브롱스빌 거주)
한국에 가서 치매이신 엄마와 지내고 왔다.
요양원에 계시는 엄마를 모시고 나와서 내가 자랐던 그 곳에서 엄마가 나에게 주었던 사랑을 드리려고 갔었는데, 오히려 엄마의 그 많은 사랑을 또 다시 받고 왔다.
엄마는 알고 있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어떤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지, 그중에서도 무엇을 제일 좋아하며, 어떤 상태에서 먹는 걸 가장 선호 하는지.
학교를 다녀 올 때 면 내가 엄마를 부르는 목소리만 들어도 학교생활이 재미있었는지, 성적은 어떻게 받았는지, 친구들과는 잘 지냈는지…… 다 아셨다. 무엇이 부족하면 어떤 표정을 지으며 투정을 부리는 지. 화가 난 건지, 억울해서 그러는 건지, 괜히 심통을 부리는 것인지도 정확히 알았다.
시집을 가서도 멀리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만 들어도 남편과는 잘 지내는 지, 돈은 부족한지, 아이들은 잘 크는 지 모두 다 알았다. 그리고 엄마는 내 부족함을 물심양면으로 채워 주었다.
그런데 나는 모른다. 엄마가 무엇을 좋아 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모른다. 무슨 음식을 즐겨 하는 지, 아무 것도 모른다. 그저 엄마 옆에 앉아서 말도 못하며 눈만 껌뻑이시는 엄마를 바라보면서 좋아할 같은 과일이나 음식을 드려볼 뿐이었다.
그러다 잘 드시는 걸 찾아내면, 아하 이거였구나 하며 기뻐했고, 잘 드시지 않으시면 그동안 얼마나 무심하고 이기적인 딸이었는지를 생각하며 엉엉 울었다.
이제는 조금 안다. 과일은 포도와 부드러운 복숭아를 잘 드시고 주스는 단맛이 많은 5% 과일 주스를 좋아하며, 생선을 육류보다 더 좋아하는 지를. 또 좋아하는 음식을 드실 때와 싫어하는 음식을 드실 때 입 모양은 어떻게 다른 지, 이제는 그것도 알 수가 있다.
부끄럽고 죄송했다. 팔십이 넘은 엄마 옆에서 내가 아는 것과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이것 밖에 없다는 것이 죄송하기만 했다. 그런데도 엄마는 행복해 했다. 한국에서 겨우 몇 주의 시간을 엄마에게 썼을 뿐인데도 행복해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국에 사는 딸이 오랜 만에 엄마에게 드린 작은 시간을 엄마는 기특하고 행복해 하는 듯 했다. 삶을 살아가면서 쉽게 가질 수 없는 소중한 사랑을 듬뿍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었지만, 아무래도 너무 짧았다.
이번 여행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준 남편과 아이들을 만나 좋은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엄마를 만나러 간다. 이런 기회와 시간이 주어질 수 있을 때에 엄마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이다. 이번에 가서 엄마랑 소나기 같은 사랑을 주고, 또 받으며 한 겨울을 지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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