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버드대학, 3,000여장 프로스트의 편지 4권으로 엮어
▶ 사후 논란 휩싸였던 ‘잔인한 위선자’ 이미지 개선 기대
1915년 당시 로버트 프로스트 가족사진. 맨 오른쪽부터 시계바늘 반대방향으로 로버트, 아내 엘리노어, 레슬리, 마조리, 후에 자살한 아들 캐롤, 정신병원에 입원한 어마.
1962년 백악관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자들 위한 디너파티에 참석한 로버트 프로스트(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레이디 버드 존슨, 작가 펄 벅,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재클린 케네디(왼쪽에서부터)와 함께 맨 앞줄에 앉아있다
미국 문단에서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만큼 세상을 떠난 후에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도 드물 것이다.“노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로 시작하는 시‘가지 않은 길’과“…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다/그러나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잠들기 전에 가야할 먼 길이 있다/잠들기 전에 가야할 먼 길이 있다”로 끝나는 시‘눈 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 등으로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프로스트의 생애는 그리 평온하지 못했다.
1963년 사망하기 전 부터도 그의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로부터는 전원의 현인으로 기려졌지만 그의 이미지는 3권짜리로 출판된 그의 전기가 어두운 일면을 조명하면서 상당부분 훼손되었다. 프로스트 자신이 택했던 전기작가 로런스 톰슨은 수십년에 걸친 꼼꼼한 메모를 바탕으로 쓴 전기에서 시인을 잔인하고 질투심 강하며 과대망상증을 가진 ‘이기주의 괴물(monster of egotism)’로 묘사했다.
그 후 여러 학자들이 톰슨의 묘사를 반박하며 프로스트를 두둔했으나 논란을 잠재우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 가을에도 하퍼스 매거진에 실린 단편에서 작가 조이스 캐롤 오우츠는 프로스트를 오만하고 인종차별적이며 자녀들을 정신적으로 학대한다고 비난하는 한 여성 인터뷰어에게 화를 내며 반박하는 혐오스런 늙은이로 묘사했다.
그러나 이번엔 “이런 근거 없는 ‘몬스터 신화’를 중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프로스트 학자들은 기대한다. 이달 하순부터 하버드대학 출판부가 ‘로버트 프로스트의 편지들’ 출판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시인의 원만한 인격을 보여주는 편지들을 모은 4권짜리 서한집 출판 프로젝트다.
“프로스트를 공적으로 보여주는 면과 상반된 사적인 면의 두 얼굴을 가진 위선자로 보는 시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이번 서한집 공동 편집자 중 한 명인 에딘버러 대학의 도널드 쉬히교수는 지적한다.
“이번 편지들은 그런 생각들을 깨끗이 씻어줄 것이다. 프로스트도 감정의 기복이 있었고, 적대시 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화를 터트리기도 했다. 그러나 대체로 그는 너그러운 사람이었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하버드 출판 서한집에는 3,000여장의 편지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100여 군데 기록보관소와 개인소장자로부터 수집한 편지들이다. 프로스트의 서한집이 출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프로스트 사후 1년 만에 톰슨에 의해 급하게 출판된 적도 있고 그 후에도 소규모로 몇 번 나왔었다.
그러나 이번의 방대한 서한집은 드물게 대단한 명성과 드물게 힘들었던 사생활사이에서 곡예 하듯 살아온 복합적인 한 인간, 자작나무 가지 흔들리는 전원의 이미지와 함께 T.S. 엘리엇이나 에즈라 파운드 같은 모더니스트의 면모도 보였던 한 시인의 삶과 생각을 전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평가한다.
프로스트의 네 자녀는 모두 그보다 먼저 죽었고 그중 한 명은 자살했다. 일부에선 1940년 자살한 아들 캐롤의 시인이 되려던 야망을 프로스트가 잔인하게 꺾었다는 비난이 떠돌기도 했다.
이번 서한집에는 미공개 서한들도 포함되어 있다. 잘 보관이 안되어 일부는 쓰리프트숍에 기증된 한 책상서랍에서 발견되기도 했고 다락방에 굴러다니던 책갈피 속에서 나오기도 했다.
서한집 첫째 권은 1886년 12세의 프로스트가 어린 시절 연인에게 보낸 편지로부터 시작되어 아내 엘리노어와의 결혼, 뉴햄프셔에서 농부로 힘들었던 10년, 영국에서의 3년, 1915년 귀국 등으로 이어진다. 귀국 직후가 그의 두 번째 시집 ‘보스턴의 북쪽’이 대성공을 거두며 프로스트가 문단의 별로 떠오르던 시기였다.
4권의 서한집은 2년 간격으로 발간될 예정인데 추후에 나올 서한집에는 1947년 딸 어마의 정신병원 입원, 그의 비서(일부에선 정부였다고 주장)였던 캐슬린 모리슨과의 관계 등 민감한 부분에 관련된 편지들도 실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든 편지들은 프로스트에 대한 모함이 근거가 없다는 것을 매우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공동편집자인 마크 리처드슨 교수는 말했다.
퓰리처상을 4차례나 수상한 프로스트는 예일, 콜럼비아, 다트머쓰, 하버드 대학 등에서 명예학위를 받았고, 미국 문예원 최고의 상인 황금패를 받았으며,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축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뉴햄프셔의 농장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며, 아름다운 자연을 맑고 쉬운 언어로 표현하며 자연 속에서 인생의 깊고 상징적인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한 시인이었던 그는 1963년 2월 88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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