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어릴 적 추억과 버무려진 놀이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재미있다. 쨍쨍한 목소리로 요즘 나와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부르며 노는데 어찌나 좋아하는지. “원숭이 엉덩이로 시작해서 백두산은 높아 바늘은 얇더라~”로 끝나는 긴 노래도 거뜬히 소화하는 4살. 애국가를 외워 부르던 중 “마르고 닳도록이 뭐야?”하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갸웃하는 4살. 앉은 채로 쉬를 하고 울고 있는 아이에게 귀에 대고 “울지마! 아무도 모를 거야. 조금만 있으면 끝나!”하고 속삭였더니 찰떡같이 알아듣고는 눈물을 삼키며 의자 위에 그림처럼 앉아있던 깜찍이.
그만 가자고 재촉하는 아빠에게 “주차장에 차가 없어야 해!” 창피하니까 모든 친구가 아무도 없을 때 나가야 한다며 쏘아대듯 말하는 4살. 앗! 그날 나는 4살의 영민함과 재치에 쓰러질 뻔했다. 아빠 품에 안겨 흠뻑 젖은 바지를 부끄러워하던 그 아이를 보며 이담에 크면 뭐가 될까, 한참을 웃었다. 맑고 투명한 꼬맹이들의 얼굴을 보며 그 또렷한 눈동자와 입 맞추고 활짝 웃으면 어느새 나는 4살이 된다. 매주 토요일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은 뭐 하고 재밌게 놀지?’하며 행복한 고민으로 분주히 집을 나서기를 벌써 13년이 되어온다. 한 주 동안의 갖은 상념과 고민이 교실 문을 들어서는 순간이면 날아가고 마술처럼 내 목소리와 표정은 아이들과 하나가 된다. 신기하게도 아이들과 함께 놀면 놀수록 몸과 마음이 ‘피융’하고 젊어지고 쌩쌩해짐을 느끼는데 보석 같은 즐거움을 유아반을 지키는 선생으로 살면서 얻고 누리며 살아서인가 보다.
해마다 6월이 되면 정 듬뿍 들었던 아이들과 앞으로 한국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무럭무럭 커가기를 바라며 아쉬운 안녕을 한다. 그 아이가 성큼 자라 “선생님”하고 부르며 다시 우리반을 찾아줄 때 그 이름을 잊지 않으려고 오늘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는 꼬맹이들에게 내 사랑의 마음을 올인 한다. 또 충분히 아낌없이 예뻐해 주고 사랑해줄 때 오히려 어느새 풍성해진 내 마음의 밭을 본다. 내가 만난 보물단지들. 난 아이들의 첫 단추와 같은 첫 선생님. 살포시 다가와 백허그를 해주는 아이. 샘이 나서 넘어지듯 달려와 기습뽀뽀를 날려주는 아이가 내겐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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