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긴 것 같으면서도 짧은 시간이다. 한국에서 방송작가로 일했던 경험으로 ‘여성의 창’을 쓴지도 8년이 지났다. 혹시나 하고 찾아본 그때 썼던 글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인터넷 상에서 살아있었다. 그 사이 집도 바뀌고, 아이들도 십대 청소년이 되어버렸다. 물리적인 변화 속에서, 그때 썼던 ‘여성의 창’에서 나눴던 기록들도 세월 속에 지워진 줄 알았다. 그런데 아직 인터넷 상에서는 살아있었다.
기록의 중요성은 내겐 무엇보다 뼈저리다. 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을 하셨던 조부모님께선 첫딸인 내 엄마를 낳은 날부터 육아일기를 써내려갔다. 그렇게 일주일에 세네 번 정도는 꼭 아이의 자라는 모습, 그리고 중국이라는 이국땅에서 임시정부 동료와 가족들의 삶의 이야기를 일기장에 적어 내려간 시간이 1938년부터 1946년까지 꼭 8년이었다. 그 8년의 시간 속 기록들을 나는 첫 아이를 임신하며 발견했고, 그 내용을 정리해서 ‘제시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출판했다. 그 책은 임시정부 요원들의 생활사를 담은 귀중한 자료로 알려져 독립운동을 연구하는 사학자분들에게 큰 관심을 일으켰고, 그 책을 바탕으로 광복절기념 TV 다큐멘터리와 논문들이 쓰여졌다. 물론, 내게 있어서도 그 책의 출판은 내 인생의 목표, 조상들의 정신과 혼을 세계에 그리고 다음세대에 알리겠다는 목표를 만들어준 잊지 못할 일이었다. 무엇이든 빠르게 변화하는 시간 속에서 나도 많이 변했을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8년 전 글속에서의 내 모습은 지금이나 별로 변함이 없다. 꿈을 가지고 있는 엄마, 가족과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내, 미국에서 올바른 정체성 찾기에 고민하는 이…. 8년 전 나를 만나며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8년의 세월 후에 다시 찾아보리라 생각하면서 다시 ‘여성의창’의 글을 시작해 본다. 그리고 8년 후에 오늘의 글을 찾아볼 나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때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마음으로 이글을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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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교육심리학과 졸업. EBS-TV, SBS프로덕션, 평화방송 등에서 다큐멘터리 및 어린이 프로그램 구성작가로 일함. 2000년 도미 후, 한국의 육아, 여성잡지에 칼럼니스트 및 자유기고가로 활동. 2007년, ‘실리콘밸리한국학교’ 학부모단체인 ‘한국역사문화교육위원회’를 조직, 회장으로 활동. 2008년부터 교사로 재직, 현재 부교감 및 이중언어반 교사로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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